솔직히 저는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까지 서유기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손오공이 근두운 타고 다니는 원숭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죠. 그래서 검은신화: 오공 100% 클리어를 목표로 잡으면서 서유기 원전을 처음으로 정독했고, 심지어 2회독까지 했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것들을 정리한 공략입니다.
전투 시스템, 알고 시작하면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솔직히 처음엔 전투 시스템이 단순해 보였습니다. 때리고 구르고 피하고. 그런데 챕터 2를 넘어서면서 이게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검은신화: 오공의 전투 핵심은 세 가지 자세 시스템입니다. 스매시(Smash), 필라(Pillar), 쓰러스트(Thrust) 자세인데, 여기서 필라 자세란 장대처럼 봉을 세워 뛰어올라 위에서 강공격을 내리꽂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처음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데, 보스 머리 위에서 집중 포인트를 쏟아부어 내리찍을 때의 타격감은 이 게임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정지술은 이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법술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정지술이란 상대방의 행동을 일정 시간 멈추게 하여 자유롭게 딜을 넣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초반부터 이걸 찍고 시작하면 이후 챕터에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제가 1장에서 1시간 이상을 허비했던 보스들도 정지술 세팅 이후에는 3~4트 안에 잡았으니까요.
특성치 시스템도 처음엔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아무 데나 찍었었는데, 언제든지 무료로 초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부담 없이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전투에서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지술 쿨타임이 돌아오는 동안 도망다니는 연습을 따로 해야 합니다
- 착곤 강공격은 4스택을 채운 뒤 쓸 때 대미지가 극대화됩니다
- 변신술은 별도 체력 바를 가지므로 위기 상황 탈출용으로 활용하세요
- 금지술은 법술을 봉인하는 대신 완력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특정 보스에게 효과적입니다
보스공략, 벽에 부딪힌다면 이 순서로 접근하세요
이 게임에서 막히는 가장 흔한 상황은 보스를 반복해서 죽으면서 멘탈이 바사삭 부서지는 순간입니다. 저도 황미 구간에서 두 번이나 컨트롤러를 내려놨으니까요.
호선봉은 제가 이 게임에서 처음으로 진짜 강적이라고 느낀 보스입니다. 절제된 무술을 구사하는데, 움직임이 군더더기 없이 빠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황룡 변신술로 간파 게이지를 모아 대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간파란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쳐서 경직을 주는 카운터 시스템입니다. 호선봉 구간에서 간파를 처음 익혀두면 이후 보스전 전반에 걸쳐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황미는 이 게임 최악의 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해서가 아니라 페이즈 사이마다 끊임없이 떠들어서요. 패배하면 그 긴 대사를 또 들어야 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간의 파훼법은 2페이즈 전환 시 바로 금지술을 쓰는 것입니다. 황미는 정지술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빌드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랑신 전투는 반대로 이 게임 최고의 보스전입니다. 무협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실시간 전투로 구현되는 느낌이었어요. 창을 들고 싸우다 도끼를 꺼내드는 연출, 3번째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법력까지. 단, 이 보스전은 패턴 숙지 없이는 절대 못 잡습니다. 저는 초반에 파초선 빌드로 전환하고 나서야 흐름을 잡을 수 있었는데, 파초선이란 바람을 일으키는 법보로 실드를 빠르게 깎는 데 특화된 도구입니다.
소황룡을 잡을 때 제가 쓴 전략은 이렇습니다. 초반에 적조를 써서 연소 상태를 만들고, 화상 도트딜이 끝날 때 두 번째 화상을 입히는 루틴을 반복했습니다. 덕분에 2페이즈 진입 전에 이미 체력을 절반 이상 깎을 수 있었어요.
스토리, 서유기를 모르면 길을 잃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게임이 서유기 원전 지식을 사전에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고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습니다. 챕터 2와 3 사이에서 등장인물들이 대체 누구인지 파악이 안 돼서 별도로 해설을 찾아봐야 했을 정도예요.
서유기 원전의 핵심 구조는 이렇습니다. 손오공은 화과산에서 돌원숭이로 태어나 보리조사에게 술법을 배우고, 천계에 민폐를 끼치다 석가모니의 손바닥에 갇혀 오행산 아래 500년간 봉인됩니다. 이후 삼장법사를 따라 서역으로 경전을 구하러 가는 여정이 서유기 본편이고, 검은신화: 오공은 그 이후 손오공이 투전승불, 즉 부처의 반열에 오른 뒤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투전승불이란 투쟁에서 승리한 부처라는 뜻으로,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서행을 완성한 뒤 얻게 되는 최고 칭호입니다.

이 게임에서 6가지 영물 혹은 육근(六根)이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육근이란 불교에서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여섯 감각 기관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게임에서는 손오공이 이랑신에게 패배하는 척하면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육근을 흩어 윤회 이후의 자유를 설계했다는 설정으로 전개됩니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각 챕터의 보스들이 왜 손오공의 유물을 갖고 있는지, 천명자가 왜 그것들을 회수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납득됩니다.
챕터 4는 거의 모든 플레이어가 지적하는 흐름 저하 구간입니다. 레벨 디자인이 미로처럼 꼬여있고 보스 밀도도 떨어지는데, 이건 개인적으로도 명백한 단점이라고 봅니다. 반면 챕터 5의 우마왕 서사와 챕터 6의 이랑신 전투 시퀀스는 이 게임의 진짜 완성도를 보여주는 구간입니다. 게임 출시 이후 다수의 게임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검은신화: 오공을 2024년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로 꼽은 데에는 이 후반부의 힘이 컸습니다(출처: IGN).
플래티넘 트로피를 노린다면 1회차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들이 있습니다. 특히 챕터 2와 5의 숨겨진 구간은 힌트 없이는 찾기 거의 불가능하고, 공략 없는 100% 클리어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진엔딩을 보려면 이전 챕터로 돌아가 특정 부적을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도 게임 내에서 아무런 안내가 없습니다. 검은신화: 오공의 제작사 게임사이언스(Game Scienc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출시 이틀 만에 Steam 동시 접속자 수 220만 명을 돌파했는데(출처: Steam), 이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한 공략 정보가 커뮤니티에 쌓여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100시간 넘게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건 이 게임이 엘든 링 류의 열린 구조를 기대하면 분명 실망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선형적인 보스 러시 형태의 액션으로 바라보면, 중국 신화를 이 수준으로 구현한 타이틀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막혀서 짜증나는 구간이 분명 있지만, 이랑신을 처음 쓰러뜨리는 순간의 쾌감은 그 모든 고생을 납득하게 만들어줍니다. 시작하셨다면 챕터 4에서 포기하지 마세요. 그 이후가 진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