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디 공포 게임 하나가 커뮤니티에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그림자복도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많은 공략 유튜버를 찾아보신 분들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 봤을만한 게임이죠. 저도 그림자복도를 직접 해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공포 설계: 소리와 어둠
그림자복도의 공포는 어느 정도일까요? 공포 게임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점프 스케어(Jump Scare)의 밀도입니다. 여기서 점프 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시각·청각 자극으로 순간적인 공포 반응을 유발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값싼 공포 게임일수록 이걸 남발해서 피로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자복도는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그림자복도는 그 매개체를 배회자(Wanderer)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공포심을 유발하게 됩니다. 여기서 배회자에 대해 설명하면 복도를 배회하며 플레이어를 쫓는 적 개체를 지칭하는 게임 내 용어로,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 각자 다른 감지 방식과 행동 패턴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활용하기 때문에, 라이터를 켜고 있으면 쉽게 발각됩니다.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은 이름을 보고 어두운 복도에서 숨바꼭질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림자복도는 탈출 생존게임으로 이세계 탈출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르에 맞게 탈출 생존 게임(Escape Survival Genre)에서 흔히 쓰이는 환경 공포, 즉 맵 자체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히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처음 골목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위령비, 동자승 석상, 여우 가면 같은 토속적인 오브젝트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서양식 공포와는 다른 토속 공포의 문법을 따릅니다. 일본 민속 공포 장르와 한국 무속 이미지가 뒤섞인 이 분위기는 해외 게임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림자 복도의 공포 발작 버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적 개체마다 시각·청각 감지 범위가 다르게 설정
- 촛불은 배회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광원으로 활용 가능
- 라이터·손전등은 시야 확보에 유리하지만 발각 위험 상승
- 달리기 시 소리가 커져 청각 기반 적에게 발각될 확률 증가
아이템: 쓸수록 무서워지는 역설
그림자 복도는 맵도 어둡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배회자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숨거나 피한다고 마주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사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폭죽(파이어크래커)이 가장 좋은 예입니다. 이 아이템은 배회자를 특정 방향으로 유인하는 디코이(Decoy) 역할을 합니다. 디코이란 적의 주의를 의도적으로 분산시키는 유인용 도구를 의미합니다. 쓰면 분명히 효과는 있습니다. 그런데 폭죽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면, 유인한 배회자 외에 다른 배회자들이 소리를 듣고 모여들 수 있습니다. 저도 도망치기 위해 폭죽을 쓰고 반대편으로 도망갔는데 그곳에서 코너에서 무녀가 나와서 바로 유다이를 만나버렸습니다.
수정구슬도 마찬가지입니다. 배회자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효과가 있어 강력하지만, 사용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소용없습니다. 수정구슬을 쓰고 열심히 도망가고 있는데 초반에는 몇 초동안 정지되는지 몰라서 눈앞에서 살기 누나가 갑자기 움직여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손거울이라는 아이템도 흥미롭습니다. 거리에 상관없이 순간 이동이 가능한데, 그 이동 목적지를 플레이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극한 상황의 도박적 선택지가 됩니다. 제일 난처했던 상황은 곡옥을 다 모으고 제단으로 가다가 배회자한테 포위당해서 손거울을 썼는데 제단 정반대 편으로 가버려서 재시작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겨우겨우 깼는데 처음부터 해야 된다는 생각에 차마 바로 하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템 하나하나가 명확한 리스크-리워드(Risk-Reward)를 가지고 있는데 그림자 복도는 아이템의 밸런스를 잘 맞춰줘서 어느 정도의 운의 요소가 필요한 순간이 있게 되고 성공했을 때는 엄청난 도파민을 주고 실패할 때는 절망감을 주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공포 속에서 오는 여운
그렇다면 그림자복도는 스토리는 무엇일까요.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히바나라는 소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림자복도는 하나비가 어릴 적 마을 사람들에게 눈을 짓이기고 얼굴을 불로 지져지는 극단적 폭력을 당한 뒤, 강한 사념이 독립된 성역(聖域)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곳을 주인공이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히루나 터널을 들어가 사당으로 이동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료조사를 해보니 일본에서는 라이터를 들고 혼자서 긴 터널에 들어가면 이세계로 빨려 들아간다는 일본의 괴담이 있고 이를 모티브로 만든 것 같습니다. 사당 앞에는 피안화가 있는데 피안화는 대체적으로 죽음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아 불길한 징조의 상징입니다. 피안화는 빨간색인데 이게 죽은 사람들의 피로 물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당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 있던 거울을 만지게 되는데 갑자기 주인공은 어둠이 가득한 복도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복도를 뛰게 되는데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더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열쇠를 발견해서 문을 열고 가다 보면 고양이 그림자를 발견하고 따라가는데 방울 소리가 일정한 주기로 여러 번, 그것도 점점 가까워지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녀(딸랑이)를 마주치게 됩니다. 무녀를 피해 거울을 만지자 골목이 아닌 복잡하게 얽혀있는 매미의 복도로 이동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벽에 붙어있는 쪽지를 발견하고 읽어보니 'K'라는 인물이 "살고 싶으면 배회자에게 들키지 않고 곡옥을 모으고, 나침반으로 제단을 찾아 곡옥을 바쳐야 빠져나갈 수 있다"라고 알려 줍니다. 여기서 곡옥을 모으게 되고 또 가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단에 곡옥을 바치면 뒤에 문이 열리고 시체가 흐르는 계곡에 빠지게 됩니다.
가면을 쓰면 강한 힘을 얻지만 이성을 잃고 배회자로 타락합니다. K라는 인물이 가면을 쓴 뒤 동료를 모두 죽였다는 이야기는 게임 내 설정도 있습니다. 혹시 먹었다면 다시 내려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체가 흐르는 계곡에 빠지면서 모든 아이템을 잃어버립니다. 출구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황하다가 폭포 뒤에 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면 열쇠가 하나 있다. 열쇠를 먹으면 달리는 배회자가 나와 깜짝 놀라게 되고 겨우 따돌려서 레버를 돌려서 굳게 닫힌 문을 열면 거울이 있어 또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제 생각인데 이 맵이 시체가 흐르는 계곡인 이유는 수많은 도전자들의 시체가 쌓여서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웃픈 생각도 있습니다.
이동한 곳에서 레버를 돌리니 물이 빠지게 되고 숨겨졌던 길이 드러난다. 그리고 길을 따라가다가 증오를 흩뿌리는 그림자(살기 누나)를 만나게 된다. 겁에 질려 허겁지겁 도망가다가 우연히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발견하고 위로 올라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거기서 주인공은 'K'를 마주치게 된다. 'K'는 저 배회자가 심상치 않다고 하며 악의 근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말하며 심연으로 가게 됩니다.
여기서 왜 더 깊은 곳으로 가는지 의아해하실 수 있는데 여기서 탈출을 했던 사람이 통칭 '소녀'라는 인물이고 '소녀'의 힘으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녀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라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심연에서 수많은 배회자들을 만나고 숨고 피하면서 다섯 개의 곡옥을 모은 뒤 제단에 곡옥을 바치면 물이 갈라지며 숨겨진 다리가 나타나고 다리를 건너 거울이 조사하면 카구라 방울의 배회자가 있는데 방울을 울리며 길을 안내해 줍니다. 안내해 준 곳을 따라가면 거대한 곡석이 있고 곡석에 가까지 가면 수수께끼의 여자아이와 대화하고 여자아이가 주인공에게 가면을 씌우려 합니다. 그 순간, 'K'가 나타나 막아주고 소녀와 대치하게 되는데 소녀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결국 대식자로 변하게 된다. 대식가로 변한 'K'는 소를 공격하고 거대한 곡석을 파괴한 후, 폭포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주인공을 향해 쫓아오는데, 진짜 미친듯이 빠르다! 레버를 내리면서 최대한 전진을 막아주면서 도망치다가 갑자기 방울 소리가 들리고 방울 소리를 따라가게 되는데 길 끝에서 대식가는 벽에 부딪히게 되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하지만 다시 주인공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폭포 아래로 몸을 던지게 됩니다.
이 뒤의 이야기는 게임을 플레이하시면서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공포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어차피 공포 게임인데 스토리가 중요하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자복도의 스토리야말로 이 게임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쯤 도전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기본 난이도보다 도전자 난이도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숨겨진 요소가 더 많이 열리고, 그제야 게임이 말하고 싶었던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