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게임"이라는 소문, 들어보셨습니까?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요. 두 달 남짓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건 세간의 평가는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게임성, 스토리, 연출, 뽑기까지 육각형이 꽉 찬 게임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더군요.

갓데스 스쿼드, 이 스토리가 진짜입니다
니케의 세계관은 기계 생명체 랩처(Rapture)가 지구를 침공해 인류를 몰아붙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입니다. 여기서 랩처란 인류를 향한 적대적 감정만을 가진 기계 생명체로, 기존 SF의 로봇 반란과는 결이 다릅니다. 목적이 단순합니다. 말 그대로 인류의 말살이죠. 인류는 절벽 끝까지 내몰렸습니다.
그 절망 속에서 탄생한 것이 니케(NIKKE)입니다. 인류 역사의 정점이었던 당시의 기술력을 총 동원한 인류는 최연소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한 젊은 여성을 인강의 뇌와 기계 육체를 가진 사이보그로 개조하는데 성공합니다. 설명처럼 니케란 인간의 뇌와 기계 육체를 결합한 사이보그 전투원을 뜻하며, 극소수의 신체 적합자만이 이 개조 과정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 시초가 된 존재가 릴리바이스였고, 이후 개발된 페어리 테일 모델이 양산화의 기준이 됩니다.
갓데스 스쿼드는 그 중에서도 최초이자 최강으로 꼽히는 여섯 명의 니케 소대입니다.
- 도로시 : 유명 정치인의 영애, 랩처가 파괴한 일상을 되찾고자
- 라푼젤 : 차기 여교황이 될 인물,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함
- 스노우 화이트 : 순하고 착하고 성격을 지닌 소녀, 병기 개발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님
- 레드 후드 : 사고로 죽을 뻔한 시골 마을 출신 한량, 고화력 저격수
- 홍련 : 페어리 테일 모델이 아닌 양산형 니케, 검술을 이용한 탁월한 감함
- 지휘관 : 니케를 지휘하는 용병 출신의 인간
제가 직접 스토리를 따라가며 느낀 건, 이게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레드우드가 침식 직전에 홀로 고향으로 떠나려 하는 장면, 스노우 화이트가 "가지 마요"를 외치는 장면을 텍스트로 읽는데도 목이 메더군요. 미국 드라마처럼 매번 절단 신공으로 끊어놓고, 다음 챕터가 기다려지는 구조가 이 게임의 진짜 중독 요인이라고 봅니다.
사고전환, 게임 속 가장 잔인한 설정
스토리 중반부에 사고전환(Cognitive Shift)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사고전환이란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니케의 인격과 기억이 완전히 재편되는 현상으로, 대부분의 니케는 이 과정에서 정신이 무너지거나 전투 기계로 고착됩니다. 게임 내에서는 일종의 버스트 모드(Burst Mode) 전환처럼 묘사되지만, 스토리 맥락에서는 훨씬 비극적인 함의를 지닙니다.
스노우 화이트가 공중전 끝에 추락하고, 혼자 수십의 랩처와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 사고전환을 겪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읽으면서 느낀 건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었습니다. 무서워서 언니를 부르고 싶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결국 "내가 해야 해"로 정리되는 그 독백의 몰입감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그때 함께 들리는 BGM이 더 그 상황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홍련의 사고전환 역시 인상적입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을 마주쳤을 때 자신이 흠모하던 언니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오히려 그 사고전환 속에서 자신만의 전투 철학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이리도 쉬운 거, 이제야 깨닫다니"라는 대사는 단순한 전투력 각성이 아니라 캐릭터 성장의 정점으로 읽힙니다. 이 정도면 단순 소셜 게임 스토리가 아닙니다. 정말 한 편의 애니메이션 극장판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스토리 완성도를 논할 때 흔히 캐릭터 매력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니케는 다릅니다. 갓데스 스쿼드의 서사는 개인의 감정선 뿐 아니라 집단이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방주로부터 버림받고도 "우리는 승리의 여신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다시 뭉치는 장면은, 마치 어벤저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에반게리온 콜라보, 잘 만든 것과 아쉬운 것
이번 에반게리온 콜라보는 1차 때와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개선된 인상이었습니다. 전용 필드맵이 에반게리온 특유의 색감과 구도로 구현되었고, 인게임 미니게임은 오락실 감성의 횡스크롤 액션으로 모바일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콜라보 캐릭터의 성능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번 픽업 캐릭터인 아스카(빌레 버전)는 머신건 계열 무기를 탑재하고 있는데, 머신건이란 지속 사격형 중화기로 별도의 에임 조작 없이 대미지를 꾸준히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조작 스트레스가 낮아 입문자에게도 무난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제가 직접 테르미 요격전에서 써봤는데, 버스트 발동 후 딜량이 터지는 속도가 체감상 확실히 달랐습니다.
콜라보 때 주목해야 할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스카(빌레): 관통 특성과 자체 회복 보유, 화력과 생존력을 동시에 갖춘 딜러
- 레이(복각): 아스카와의 시너지 특화 서포터, 전체 딜량 펌핑 기대
- 사쿠라: 이벤트 출석 보상으로 획득 가능한 무과금 S급 캐릭터
- 전용 미니게임: 세 종류의 에바 기체 선택, 보스전 포함 모바일 최적화 구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콜라보 OST가 1차 때 미수록분을 이번에 수록하면서 반응이 뜨겁지만, 인게임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공감이 갑니다. 원작 BGM의 완전한 활용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과금 구조, 진짜로 돈 안 써도 됩니까
"니케는 비싸다"는 말,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 직접 해보니 좀 다른 시각이 생겼습니다.
니케의 가챠(Gacha) 구조는 확률 기반 캐릭터 획득 시스템으로, 일정 횟수 이하에서 고급 캐릭터를 보장하는 천장(Pity) 메커니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천장이란 일정 횟수 뽑기 이내에 최고 등급 캐릭터를 반드시 지급하는 보호 장치로, 무한 불운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무과금으로도 핵심 캐릭터를 목표로 뽑기 자원을 비축하는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장비 옵션 작업(랜덤 스탯 강화)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원하는 스탯이 붙을 때까지 반복 시도해야 해서 여기서 과금 욕구가 자극되는 편입니다. 랭킹을 노리거나 극한 효율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체감 비용이 높을 수 있습니다.
육성 면에서는 심크로 디바이스(Sync Device)라는 공유 레벨링 시스템이 있습니다. 심크로 디바이스란 전체 캐릭터가 레벨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새 캐릭터를 뽑아도 별도의 육성 과정 없이 즉시 최고 레벨로 투입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관대한 편에 속합니다. 신캐를 뽑은 즉시 실전에 투입해 볼 수 있으니, 육성 피로도가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발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월 평균 과금액은 약 2만 6천 원 수준으로, 이는 전체 이용자 기준이며 비과금 이용자를 포함한 수치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니케의 경우 이벤트 보상과 출석 체크만으로도 상당량의 뽑기 자원이 지급되어, 목적의식 있는 비과금 플레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입니다. 한국게임학회 연구에 따르면 서브컬처 장르에서 콘텐츠 완성도가 높을수록 비과금 이용자의 장기 잔존율도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게임학회).
저는 이 게임을 "팁 안 줘도 되는 식당" 비유가 가장 잘 맞는다고 봅니다. 굳이 팁을 얹으면 얹을 수 있지만, 안 줘도 밥은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비싸다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구조를 이해하고 접근하면 체감이 많이 달라집니다.
니케를 두 달 해본 사람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스토리가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며, 과금 압박도 본인이 어떤 목표를 갖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에반게리온 콜라보와 모더니아 복각이 동시에 진행 중인 지금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스토리 먼저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갓데스 스쿼드의 선택들이 마음에 남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