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루 세 시간씩 헬스장에 박혀서 두 달 만에 무너지는 패턴, 한 번쯤 보셨거나 본인이 직접 겪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왜 살이 찌는지, 왜 다이어트가 실패하는지 이론은 알겠는데 막상 몸으로 느끼기 전까지는 그게 나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지 실감이 잘 안 됐거든요. 키 172에 78킬로, 지금도 천천히 줄여가는 중인 저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몸을 조용히 망가뜨리는 방식
연속혈당측정기를 손에 붙이고 하루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속혈당측정기란 혈액을 채취하지 않고 피부 아래 센서를 부착해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기기로, 당뇨 환자가 아니어도 식습관 점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단 음료 하나에 혈당이 얼마나 요동치는지 눈으로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초콜릿 라테 한 잔에 수치가 수직으로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걸 보고 나서, 단 음식을 입에 못 대게 됐습니다. 지식으로 아는 것과 수치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갔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데, 쓰고 남은 인슐린이 혈관을 돌아다니며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잠재된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당뇨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단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으면 매번 스파이크가 발생하고, 그때마다 조직이 조금씩 산화됩니다.
당화혈색소(HbA1c)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HbA1c란 혈당이 높아졌을 때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단백질에 포도당이 결합한 비율을 측정한 것으로, 약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합니다. 문제는 당이 적혈구에만 붙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콩팥, 눈의 모세혈관, 피부 콜라겐에도 같은 방식으로 결합해 염증을 유발하고 노화를 가속시킵니다. 피부 탄력이 떨어진다고 콜라겐 보충제를 찾기 전에 혈당부터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탄수화물 등급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곡물처럼 도정하지 않은 복합 탄수화물은 소화 속도가 느려 혈당을 천천히 올립니다. 반면 정제된 흰쌀, 밀가루, 여기에 당분을 더한 케이크나 과자류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단순 탄수화물에 해당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후 포만감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제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발아현미에 병아리콩을 섞어서 밥을 짓는데, 처음엔 맛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적응하고 나니 흰쌀밥보다 오히려 더 오래 배가 찼습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첫 주에 3~4킬로가 빠지는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는 실제 지방이 빠진 게 아니라 글리코겐과 함께 저장된 수분이 빠진 결과입니다. 글리코겐이란 간과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의 저장 형태로, 탄수화물 섭취를 끊으면 이 글리코겐이 먼저 소모되면서 결합되어 있던 물도 함께 배출됩니다. 체중계 숫자는 줄지만 지방은 거의 빠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 모두 극단적인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탄수화물 종류별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복합 탄수화물(통곡물, 현미, 귀리): 소화 속도 느림, 혈당 완만하게 상승, 포만감 지속
- 정제 탄수화물(흰쌀, 흰밀가루): 소화 속도 빠름, 혈당 상승 폭 중간
- 단순 탄수화물(설탕, 과자, 케이크): 혈당 급상승, 인슐린 과분비, 혈당 스파이크 유발
- 과일류 단당류(과당): 혈당보다 중성지방 수치에 영향
수면 루틴이 식욕과 운동 지속을 결정한다
잠을 적게 잔 다음 날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비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두 스푼이면 충분했는데, 수면이 부족하니 조절이 아예 안 됐습니다. 저는 처음에 의지력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면 부족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줄이고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늘린다는 게 이미 여러 연구로 확인된 사실이었습니다. 의지력이 약한 게 아니라 호르몬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세팅된 겁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고정하는 것이 식단 관리보다 먼저입니다. 바이오리듬이란 수면, 식욕, 호르몬 분비, 체온 등 신체 기능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생체 리듬을 의미합니다. 이 리듬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식단을 짜도 실행력이 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수면 시간이 불규칙할 때는 양배추 두부 반찬을 만들어놔도 손이 안 가고 배달 앱부터 열게 됩니다. 잠을 제대로 자고 나면 그런 충동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아침 식사도 폭식 예방과 직결됩니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도 대충 때우게 되고, 결국 저녁에 하루치 식욕이 몰려서 폭식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생깁니다. 폭식은 대부분 저녁에 발생하는데, 그 원인이 저녁의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아침부터 시작된 공복 누적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제대로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녁 폭식 빈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저는 요즘 아침에 두부나 달걀로 단백질을 먼저 채우고, 탄수화물은 그 다음에 소량 먹는 식으로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순서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스며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면 관절과 근육이 버텨주지 못하고, 그 고통이 운동에 대한 혐오감으로 연결됩니다. 저는 림프 순환이 잘 안 되고 몸이 전반적으로 뻣뻣한 편이라 스트레칭이 특히 중요한데, 스트레칭만 따로 하려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결국 못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수영은 전신 관절 가동 범위를 활용하면서 저충격으로 유산소와 근력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어, 관절이 약하거나 몸이 뻣뻣한 분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운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유산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근감소증이란 노화나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상태를 말하며, 기초대사량 저하와 체지방 증가로 이어집니다. 걷기만으로는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근감소증은 40대 이후부터 매년 약 1%씩 근육량이 감소하며, 50대 이후에는 그 속도가 빨라집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다이어트를 특별한 이벤트로 만들수록 오래 가지 못합니다. 저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라는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합니다. 쌀에 발아현미와 병아리콩을 섞는 것도, 붉은 고기 대신 참치캔이나 순살고등어를 꺼내는 것도 그냥 오늘 밥 짓는 일이 됐습니다. 내일 당장 죽는다 해도 약 안 먹고 안 아프게 살고 싶다는 게 솔직한 목표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취침 시간 고정하고, 아침 한 끼 제대로 먹고, 단 음식 조금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결국 가장 오래 유지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d2JEg-D-Dc&list=PLZjOkV0EhTLeGYehdkLkhxAHR0XhBzYQm&index=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