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데이브 더 다이버를 통해 초밥집의 사장이 되어볼 겁니다. "물고기 잡고 초밥 파는 게임이 뭐가 재밌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하지 못한 숙원을 게임에서 푸는 것이니 기왕 시작한 거 부자가 될 때까지 달려보겠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한국 인디게임 최초로 게임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작품인데, 수상 이력보다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이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게임성 —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속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낮에 물고기 잡고 밤에 초밥 파는 단순한 루프"입니다, 그 단순함 속에 모험과 탐험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 숨어 있었습니다.
핵심은 게임 루프(Game Loop) 입니다. 게임 루프란 플레이어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동 사이클을 말하는데,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이 루프를 "잠수 → 재료 수급 → 요리 강화 → 장사 → 수익으로 장비 업그레이드 → 더 깊은 잠수"로 설계해 끊임없이 더 나아가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냅니다.

처음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물고기를 반복해서 잡더라도 요리 강화가 쌓이고, 강화된 요리는 더 높은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스타 레이팅(Star Rating), 즉 물고기를 잡는 방식에 따라 별 1개에서 3개짜리 살점이 나오는 등급 시스템 덕분에 파밍에도 최적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초반부의 흡입력이 특히 대단합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내세워 플레이어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동안, 본편의 기본 조작법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지는 구조입니다. 이게 없었다면 업그레이드도 안 된 장비로 물고기를 하나하나 나르는 초반 플레이가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SNS 쿡스타 시스템도 예상 밖이었는데, 이건 현실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구조를 게임 안에 그대로 녹여놓은 장치입니다. 손님들이 음식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가 쌓이면 가게 등급이 오르고, 등급이 오르면 더 많은 레시피와 직원 슬롯이 열리는 방식입니다. 저는 게임 속에서는 최고의 인플루언서였습니다.
반복성 — 어느 순간 찾아오는 권태감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스토리 퀘스트를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착각했던 겁니다. 중반까지는 맞는 말이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퀘스트의 성격이 바뀝니다.
그래도 스토리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스토리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면 평범한 다이버였던 데이브는 신비한 블루홀을 탐험하며 초밥집 운영과 해저 모험을 떠납니다. 처음엔 단순히 맛있는 초밥을 먹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위험한 생물들과 싸우고, 무기를 제작하며 생존력을 키워갑니다. 동시에 초밥집에서는 재료 수급부터 서빙까지 맡으며 점점 성장해 나가고, 뛰어난 셰프 반초와 함께 가게를 발전시켜 갑니다. 이러한 일상을 보내다가 고대 어인족 문명을 보게 됩니다. 데이브는 어인족을 도우며 그들의 신뢰를 얻고, 바다에 발생한 이상 현상의 원인을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환경 문제, 인간의 탐욕, 과거의 비극 알게 됩니다. 결국 데이브는 강력한 괴물과 맞서 싸우고, 동료들과 협력해 위기를 해결하며 바다와 어인족을 구해냅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게임 속 콘텐츠는 점점 소진이 됩니다. 스토리가 진행된다기보다 "플레이어를 붙잡아야 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반복 퀘스트가 주를 이루기 시작하는 시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꽤 지루했습니다. 퀘스트 내용은 달라도 구조가 비슷하게 반복되거든요. 바다에서 뭔가를 구해오고, 누군가에게 가져다주고, 다시 바다로 들어가는 흐름입니다. 저는 이 게임의 반복성을 결함이라기보다 장르와 규모가 갖는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가 가장 노다가를 많이 봤을 때 특히 반복성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구간을 정리한 것입니다.
- 블루홀 심층부 도달 이후 시작되는 어인족 의뢰 반복
- 빙하 동굴 스위치 수집 퀘스트의 연속적인 구조
- NPC별 재료 수급 요청이 유사한 패턴으로 이어지는 중반 이후 퀘스트
자동화 — 이 게임의 진짜 후반부는 여기입니다
대부분 퀘스트 클리어를 목표로 플레이를 할 테지만, 저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후반부의 핵심 재미이자 최종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리소스 최적화(Resource Optimiz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리소스 최적화란 가장 적은 자원과 시간을 들여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게임의 양식장과 농장, 파견 시스템이 바로 그 도구입니다.
제가 직접 100일을 운영해 보니 최적화가 완성되고 나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양식장에서 하루 살점 약 1,000개가 자동으로 수급되고, 파견 알바생들이 재료를 가져오며, 직원들이 요리와 서빙을 소화하는 상태가 되면 제가 해야 할 일은 와사비 가는 것과 양식장 물고기를 가게로 보내는 것뿐이었습니다.
분점 운영도 자동화의 연장선입니다. 매니저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판매 가능한 요리 등급이 높아지는 구조라, 초반에는 분점이 오히려 신경 쓰이는 존재였지만 시스템이 갖춰지고 나서는 본점과 합산해 하루 수익이 12만 원을 넘는 구간도 나왔습니다.
수익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요리 강화(Recipe Enhancement)입니다. 요리 강화란 같은 종류의 식재료를 반복적으로 수급해 요리의 등급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으로, 강화된 요리일수록 한 접시 가격이 올라가고 인분 수도 늘어납니다. 저는 가지와 마늘을 메인으로 강화했는데 최대 강화 요리가 한 접시 1,500원에 4인분이 나왔는데, 물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요리임에도 효율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쿡스타 플래티넘·다이아몬드 등급 같은 SNS 등급 시스템이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는데, 등급보다는 요리 강화와 직원 레벨이 수익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디 게임 시장에서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복합 장르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Steam 플랫폼에서 긍정 리뷰 비율이 95%를 유지한 타이틀로 기록된 바 있어, 대중적 완성도 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게임입니다(출처: Steam).
100일을 직접 운영해보고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게임은 초반의 신선함으로 시작해 중반의 반복성이라는 고비를 넘으면, 자동화 구축이라는 전혀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목적인 분들은 중반부에서 지칠 수 있지만,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걸 즐기는 분들이라면 훨씬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자동화 목표를 따로 세워두고 플레이하면 지루해질 틈이 없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