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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지 낚시와 크툴루 (낚시 게임, 시스템, 크툴루)

by 하우비리치 2026. 4. 20.

낚시를 좋아하면서 크툴루 분위기도 즐긴다면, 이 두 가지가 한 게임에 담겨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대충 예상이 됩니다. 저는 트레일러를 보는 순간 바로 결정이 났습니다. 드레지는 그런 게임입니다. 어부 한 명이 섬마을에 정착하면서 서서히 바다의 금지된 비밀에 끌려들어가는 이야기인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낚시와 크툴루, 이 조합이 실제로 통하는가

낚시 게임과 크툴루 장르를 합친다고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크툴루와 바다는 연관이 있기에 어색함이 없는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크툴루(Cthulhu) 장르란 미국 작가 H.P.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공포 서사 장르를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와 맞닥뜨리며 서서히 정신이 무너지는 구조인데, 이 장르의 가장 큰 약점은 단서를 모으는 초반부가 끔찍할 만큼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낚시 게임은 초반에는 새로운 어종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 물고기가 전에 잡은 거보다 1cm 큰 거잖아?" 하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동력을 잃습니다. 드레지는 이 두 장르의 취약 구간을 서로로 메워버립니다. 낚시가 지루해질 타이밍에 바다 괴물이 등장하고, 크툴루 서사의 단서 수집이 지루해질 때는 새 낚시 장비 언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레지

 

실제로 게임 내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인 공포 수치(Panic Meter)가 있습니다. 공포 수치란 플레이어 캐릭터의 정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값이 높을수록 환각 증세가 나타나고 바다 괴물이 배를 공격합니다. 잠을 자지 않고 밤낚시를 강행하면 수치가 올라가고, 눈앞에 없는 불빛이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단순한 분위기 연출인 줄 알았는데, 공포 수치를 방치했다가 낮에 깊은 바다를 지나치는 중에 환각이 심해져서 배를 잃을 뻔했습니다. 단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드레지가 잘 설계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낚시 미니게임의 방식이 지역마다 달라서 반복 피로가 낮습니다.
  • 선박 강화(Ship Upgrade) 시스템이 낚시 효율과 탐사 범위를 동시에 키워줘서 성장 체감이 명확합니다.
  • 밤과 낮의 시스템이 단순 시각 연출이 아니라 플레이 방식 자체를 바꿉니다.

 

선박 강화 시스템, 직접 써보니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생존 게임에서는 초반에 탐사를 우선하라는 조언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려 했는데, 드레지에서는 그 방식이 오히려 손해였습니다. 이동 자체가 시간을 소모하고, 배가 느리면 낮 시간 안에 돌아오지 못해서 밤에 공포 수치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선박 업그레이드가 안되어있어서 멀리 탐사 갔다면 여러번 죽었습니다. 마을에 거의다 와서 죽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마을 인근에서 낚시와 인양(Salvage)을 반복해 선박 강화 재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여기서 인양이란 바다 속 난파선이나 쓰레기 더미에서 금속판, 나무판자, 휘어진 쇠 같은 선박 강화 재료를 건져올리는 행동을 말합니다. 낚시보다 단가가 낮아 보이지만, 이 재료들이 없으면 선박 티어 자체를 올릴 수 없어서 결국 수익 효율도 막혀버립니다. 실제로 저는 초반에 낚시에만 집중한 것이랑 선박 재료를 파밍해서 선박 강화를 한 것이랑 비교를 해봤는데 선박 강화한 것이 훨씬 효율이 좋았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선박 강화는 크게 낚시 슬롯, 엔진 슬롯, 화물 공간, 등불 슬롯으로 나뉩니다. 낚시 슬롯이 늘수록 더 다양한 낚싯대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고, 엔진 슬롯이 늘면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화물 공간은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아이템 수를 결정하는데, 이게 좁으면 왕복 횟수가 늘어나서 하루가 금방 사라집니다. 저는 화물 공간을 의도적으로 먼저 늘렸고, 그 이후로 하루 수익이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통발(Crab Pot)은 사용 시 시간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하나당 초기 비용이 100원 정도로 부담스럽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 값을 뽑고도 남습니다. 저는 통발을 마을 앞에 여러 개 설치해 두고 다른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수익 안정성 면에서 이것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었습니다. 게임 연구에서도 패시브 수입(passive income) 수단을 초반에 확보하는 것이 장기 플레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Steam 공식 드레지 커뮤니티 가이드). 제가 봐도 플레이 타임이 기본적으로 5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병행하면서 하는게 훨씬 피로도가 적었습니다.

 

스토리와 크툴루, 기대와 실제의 차이

낚시와 바다와 크툴루 이 조합은 실패할 수 없는 조합입니다. 그래서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반전도 있고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엔딩이 많이 없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크툴루를 잡는 엔딩도 있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드레지 크툴루
드레지 크툴루

 

물론 스토리에 관심 없으신 분들이 하면 겉으로는 유물 다섯 개를 수집하는 심부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심부름의 의뢰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순간 지금까지 지나쳤던 모든 단서가 다르게 읽히기 시작할 겁니다.

 

핵심 스토리는 20년 전에 봉인된 상자가 열리면서 시작된 비극입니다. 주인공 어부는 기억을 잃은 채로 이야기에 뛰어드는데, 여기서 드레지가 사용하는 서사 구조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 방식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 자신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서술하는 서사 기법으로, 독자나 플레이어가 스스로 진실을 재구성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드레지는 이 기법을 게임플레이와 연결해서, 바다에서 주워 올린 편지 조각들로 퍼즐을 맞추듯 진실에 가까워지게 만듭니다.

 

다만 무언가를 파헤쳐서 감당하지 못할 비밀에 도달하는 경험, 또는 서서히 파멸을 맞아가는 존재를 감상하는 재미는 기대보다 얕습니다. 크툴루 장르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약간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 포함 말이죠. DLC를 포함해도 핵심 공포 체험보다는 아기자기한 탐사 게임에 가깝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래도 인디 게임 시장 분석에 확인해보니 드레지는 2023년 출시 이후 닌텐도 스위치와 PC 합산 100만 장 이상 판매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타이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Nintendo 공식 eShop).

 

낚시와 크툴루 서사, 선박 강화의 조합이 실제로 잘 작동한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크툴루 팬으로서 더 깊은 공포 체험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드레지는 어두운 분위기를 입은 낚시 RPG에 가깝습니다. 장르의 두 기둥을 모두 적당히 즐기고 싶은 분에게는 지금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선박을 키우고 유물을 모으는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EMCJ0qje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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