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많은 분들이 그래도 기술 발전이니까 긍정적인 변화겠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 낙관론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인지 게임을 하다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2038년을 배경으로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세 캐릭터의 시점으로 담아냈습니다.
세계관과 분기 시스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퀀틱 드림이 개발한 인터랙티브 드라마(Interactive Drama) 장르의 게임입니다. 인터랙티브 드라마란 플레이어의 선택이 서사 전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감정적 판단을 게임 메커니즘으로 삼는 장르입니다.
이 장르에서 분기 시스템(Branching Narrative System)은 핵심 설계 요소인데, 디트로이트는 챕터마다 수십 가지 분기를 제공해 플레이어가 같은 장면을 다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 입니다. 2018년 사이버라이프(CyberLife)라는 기업이 안드로이드 개발에 성공하고, 이 안드로이드들이 거의 모든 직종에서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실업률이 급증하고 사회 전반에 안드로이드 혐오 정서가 팽배해집니다. 저는 이 배경 설정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세 명의 주인공 캐릭터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 카라(Kara): 가정폭력이 일상화된 가정의 가정부 안드로이드. 어린 앨리스를 지키기 위해 프로그래밍에서 이탈하기 시작합니다.
- 코너(Connor): 사이버라이프가 제작한 수사 전문 안드로이드.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 마커스(Markus): 예술가의 조수로 일하다 박해를 받고 안드로이드 해방 운동의 지도자가 되는 인물입니다.
저는 이 세 캐릭터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되는 방식이 처음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게임을 질리지 않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한 챕터가 10~20분 내외로 짧게 구성되어 있고 시점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몰입이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게임 인공지능(NPC AI) 설계 면에서도 각 캐릭터의 행동 원리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같은 선택지라도 캐릭터마다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0% 비극 루트와 최악의 챕터
선택률 0%의 비극 루트를 아시나요? 챕터 7에서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컨트롤러를 내려놓은 사이 자동으로 진행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세계 플레이어 통계에서 0%대에 불과한 최악의 비극 루트를 목격하게 됐습니다. 카라가 2층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해당 루트를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카라가 제자리에 있으면 폭력적인 아버지 토드가 안드로이드를 의자로 때리고, 딸 앨리스가 막아서지만 폭행은 계속됩니다. 결국 카라가 앨리스를 데리고 담장을 넘으려 해도, 가만히 있으면 토드에게 붙잡혀 최악의 결말로 이어집니다.
코너와 행크 파트에서도 황당한 상황이 있습니다. 용의자를 추격하다가 범인이 행크를 밀쳐서 위험에 처하는 장면에서, 저는 범인을 먼저 잡기로 했습니다. 가자고 한 것도 행크, 쫓아오다 자빠진 것도 행크, 범인도 제가 잡아서 넘겨줬는데 놓친 것도 행크입니다. 그런데 호통은 코너가 듣습니다. 코너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억울한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챕터가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속 이야기라고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 배경이 가까운 미래의 시뮬레이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제조업·서비스업에서 자동화가 급격히 진행 중이고, 안드로이드 혐오를 AI 윤리 문제와 대입해서 읽으면 이 게임이 새롭게 보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게임이 재미있지만 이 선택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비극 루트를 우연히 경험한 것이 오히려 이 게임의 설계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 계기가 됐습니다.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셨다면, 첫 회차는 본인의 직관대로 선택하면서 진행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게 이 게임이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