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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노티카 초호화 호텔 건설(생존, 심해탐험, 스토리)

by 하우비리치 2026. 4. 26.

게임의 90% 이상이 물속에서 진행되는 생존 게임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게 재밌을까?"라고 반응할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서브노티카를 직접 74일 치 생존 플레이를 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수중 생태계, 자원 채집, 외계 문명의 비밀까지 얽힌 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그 이상입니다.

바다 위 호텔, 그리고 게임이 설계한 자유

서브노티카는 외계 행성 4546B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생존하는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여기서 오픈월드란 플레이어가 정해진 순서 없이 세계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게임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 게임에서 저는 좀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는데,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수중에 기지를 짓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저는 외계 타워 바로 앞바다 위에 8층짜리 유리 호텔을 지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집이 없어도 게임 속에서라도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1층 발전실부터 8층 유리 돔 전망대까지, 아쿠아리움과 온실, 침실과 연구실을 층별로 구분해 만들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갔습니다. 유리 한 장을 만들려면 석영이 두 개 필요하고, 석영은 임시 거처 근처에서만 집중적으로 나오다 보니 1,000m 거리를 수십 번 왕복하는 노가다가 불가피했습니다. "유리로 다 만들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완성된 건물을 멀리서 봤을 때 진짜 뿌듯하더라고요.

서브노티카
서브노티카

 

이 게임의 제작 시스템은 블루프린트(Blueprint)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블루프린트란 특정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한 설계도를 뜻하며, 스캐너로 오브젝트를 스캔해야만 해당 아이템의 블루프린트를 해금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복잡한 구조물이 많다 보니 오히려 설계도를 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탐험을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제작 목록이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더 멋있는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탐험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서브노티카의 제작 시스템이 독특하게 설계된 이유에 대해 "노가다가 강요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니 다른 생존 게임들과 결이 달랐습니다. 한 구역을 제대로 탐사하면 여러 블루프린트와 자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탐험 자체가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레비아탄과 카라, 이 게임의 진짜 공포

서브노티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를 고르라면 단연 레비아탄(Leviathan) 급 생명체입니다. 레비아탄이란 게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초대형 생물 등급으로, 사신 레비아탄, 유령 레비아탄, 해룡 레비아탄 등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입니다. 처음 사신 레비아탄에게 잡아 먹혔을 때는 화면이 까맣게 변하면서 "이게 끝인가" 싶었는데, 정지장 소총 덕분에 체력 하나 안 깎이고 탈출한 것도 있긴 했습니다.

서브노티카 레비아탄
서브노티카 레비아탄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게임의 공포는 적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만드는 점프스케어와는 성질이 다릅니다. 수심 500m 이하의 어둠 속에서 저 멀리 들려오는 긴 울음소리,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거대한 실루엣이 조합되면서 만들어지는 공포감은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공포 정도는 공포 게임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오히려 탐험 의지를 더 자극하게 된 달까요.

 

스토리 측면에서는 카라(Kharaa)라는 외계 박테리아가 핵심 축입니다. 카라란 이 행성 전체에 퍼진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주인공도 어느 순간 감염된 채 시한부 상태가 됩니다. 이 카라를 치료하지 않으면 행성 격리 시스템을 해제할 수 없고, 탈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치료하기 위해 탐험에 절박함이 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브노티카의 스토리에 관해 "생존 게임치고 스토리가 상당히 탄탄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저도 이 부분은 적극 동의합니다. 외계인 선구자들의 기록, 데가시호 생존자들의 흔적, 바다 황제 레비아탄과의 교신까지 이어지는 짜임은 외부 정보 없이 게임 내 PDA 로그만으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 처럼 게임 이야기를 로그 파일로 전달하는 방식은 환경 스토리텔링(Environmental Storytelling)의 좋은 사례로 자주 언급하다 보니 서브노티카도 적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환경 스토리텔링이란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를 탐험하면서 이야기를 조각조각 맞춰가는 방식의 서사 기법으로, 게임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설계입니다(출처: DiGRA(디지털게임연구협회)).

사이클롭스와 프라운 슈트, 심해로 내려가는 두 가지 방법

후반부 탐험의 핵심은 사이클롭스(Cyclops)와 프라운 슈트(Prawn Suit)인데요. 사이클롭스란 플레이어가 건조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으로, 내부에 제작 시설과 창고를 갖추고 있어 이동식 기지 역할을 합니다. 프라운 슈트는 기계식 외골격 잠수 장비로, 갈고리 팔과 드릴 팔 같은 모듈을 장착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사이클롭스를 만들어봤는데, 재료 수급부터 건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완성하고 처음 탔을 때의 감동은 확실하더라고요. 특히 사이클롭스 안에 프라운 슈트를 도킹해서 함께 이동하다가, 적이 나타나면 프라운 슈트로 갈아타서 싸우는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 꽤 전략적이었습니다.

서브노티카 사이클롭스
서브노티카 사이클롭스

 

제 사이클롭스 모험담을 이야기하자면 수심 1,400m 이하로 내려가면 용암 지대가 펼쳐지고, 해룡 레비아탄이 등장해서 마주쳤습니다. 이때 사이클롭스가 피격돼서 선체 내구도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저는 이때 프라운 슈트를 타고 나가서 유령 레비아탄 한 마리를 직접 처리했습니다. 사실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살아남았으니 잘 된 것이죠.

서브노티카처럼 수중 환경을 주 무대로 삼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는 게임 연구 분야에서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게임 내 광활한 바다와 어둠이 주는 탈라소포비아(Thalassophobia), 즉 깊은 물에 대한 공포 반응은 서브노티카를 소재로 한 사례 연구에서도 자주 언급됩니다(출처: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

 

이 게임의 핵심 경험을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생존 초반: 기본 도구 제작과 식량 확보, 블루프린트 스캔이 중심
  • 생존 중반: 시모스와 씨글라이드로 탐험 반경 확장, 기지 건설
  • 생존 후반: 사이클롭스와 프라운 슈트로 심해 진입, 카라 치료와 탈출

74일간의 플레이를 마치고 탈출 로켓이 행성을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서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끄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엔딩 음악이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클리어에 대한 만족감을 즐겼죠. 외계 행성 하나에 이 정도의 이야기와 생태계를 구겨 넣은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세계를 클리어한 저 자신도 대단하죠.

 

서브노티카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분들도 있는데, 특히 바다 자체를 무서워하거나 반복 채집에 쉽게 지치는 분들이라면 초반 진입이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험하는 재미,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 그리고 기지를 꾸미는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한 번쯤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gTovn7Qn10&t=153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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