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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루트가 주는 감동 (전투시스템, 루트, 스피드런)

by 하우비리치 2026. 4. 23.

언더테일은 2015년 출시된 인디 RPG로, 출시 당시 Steam 긍정적 리뷰 비율 97%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캐릭터 샌즈가 이 게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겁니다. 오늘은 언더테일의 루트와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추천해 볼까 합니다.

언더테일 샌즈
언더테일 샌즈


전투시스템: 죽이지 않아도 되는 RPG

대부분의 RPG에서 전투란 결국 적을 쓰러뜨리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언더테일에는 PRG와 어울리지 않는 특별한 요소가 있습니다.

대부분 언더테일을 PRG라고 생각하신 분은 대부분 없을 것입니다. 저는 탄막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검색해 보니 장르에 PRG가 포함되어 있어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언더테일의 전투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격해서 적의 HP(체력 포인트)를 0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CT' 커맨드를 이용해 적의 감정 상태를 변화시킨 뒤 'Spare'로 전투를 종료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Spare란 상대를 해치지 않고 전투를 끝내는 자비 선택지를 의미합니다. 이 방식으로 적을 살리면 경험치(EXP)는 얻지 못하지만 골드는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게임이 진짜 날카로운 이유가 드러납니다. 만약 주요 캐릭터를 전투에서 쓰러뜨리면, 그들은 그냥 잠깐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영구히 사망하고, 이후 스토리 전체가 그 결과를 반영해 바뀝니다. Cave Story에서 발로그를 아무리 쓰러뜨려도 날아가 버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입니다.

언더테일의 스토리를 짧게 요약하면 한 인간 아이가 지하세계에 떨어져 여러 몬스터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몬스터의 오래된 비극, 왕가의 상처, 플라위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싸움과 복수의 반복을 끊고, 모두를 해방시키는 선택에 도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루트: 선택이 만들어내는 감동의 깊이

언더테일에는 크게 세 가지 루트(엔딩 경로)가 존재합니다.

  • 퍼시픽 루트(Pacifist Route): 단 한 명도 죽이지 않는 불살 엔딩으로, 진 엔딩으로 불립니다.
  • 노멀 루트(Neutral Route): 일부는 살리고 일부는 처치한 상태로 마무리되는 엔딩입니다.
  • 제노사이드 루트(Genocide Route): 모든 몬스터를 학살하는 루트로, 게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제가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는 자연스럽게 퍼시픽 루트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반부를 지나며 이상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가 꽤 웃긴데, 왜 감동이 안 오지?" 파피루스 같은 캐릭터들은 분명 잘 만들어졌는데, 뭔가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이 계속됐습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드라마가 없었던 게 아니라, 제가 아무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낮았던 겁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갈등을 만들어야 더 몰입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날 노말 투트와 학살 루프를 모두 해보고 나서야 퍼시픽 루트가 감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산 엔딩이 노멀이나 다른 루트와 비교했을 때 비로소 재조명되는 것을 느끼며 게임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 가지 루트(엔딩 경로)의 차이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 퍼시픽 루트(Pacifist Route): 모두를 이해하고 구해서 세계를 바꿉니다.
  • 노멀 루트(Neutral Route): 탈출은 했지만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 제노사이드 루트(Genocide Route): 모든 걸 부수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자기 뜻대로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을 '플레이어 에이전시(Player Agency)'라고 부릅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단순히 숫자나 보상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 세상의 운명을 실제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율권을 말합니다.


저는 언더테일이 바로 이 지점을 기막히게 파고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제작자가 정해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괴물을 살릴지 죽일지에 따라 캐릭터들의 반응과 결말이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입니다. GDC(세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같은 곳에서도 언더테일을 '플레이어의 자율성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가장 완벽한 예시'로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스피드런: 2만 원짜리 키보드로 프레임 퍼펙트

언더테일은 스피드런(Speedrun) 커뮤니티에서도 꽤 주목받는 타이틀입니다. 스피드런이란 게임을 최단 시간 내에 클리어하는 플레이 방식으로, 공식 기록 등재 사이트인 Speedrun.com에서 순위가 관리됩니다. 언더테일 노멀 엔딩 루트는 상위권 기록이 50분대에 진입해 있습니다(출처: Speedrun.com).

 

유튜브를 통해 스피드런 플레이를 본 적이 있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사용하는 장비가 2만 원짜리 키보드였다는 점입니다. 고가 장비가 필수일 것 같지만, 이 게임의 스피드런은 키보드 반응 속도보다 프레임 단위 타이밍 암기에 더 의존합니다.

여담으로는 언더테일을 하면 키보드가 자주 망가지기 때문에 일부러 값싼 키보드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피드런에서 핵심이 되는 기술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프레임 퍼펙트(Frame Perfect) 입력: 정확히 한 프레임 내에 입력해야 발동하는 트릭으로, 맵 이동 단축에 주로 사용됩니다.
  • 텍스트 스킵: 특정 타이밍에 대화창을 여닫아 긴 이벤트 텍스트를 건너뛰는 기술입니다.
  • 펀치카드(Punch Card) 활용: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에게서 얻는 아이템으로, 이것 하나로 여러 전투와 이벤트를 생략할 수 있는 핵심 아이템입니다.
  • 언다인 추격전 지름길: 보이지 않는 벽을 정확한 위치에서 통과해 구간을 대폭 단축하는 테크닉입니다.

이 중 프레임 퍼펙트 입력이 특히 까다롭습니다. 화면에 표시되지 않는 벽의 위치를 감각으로 기억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틀리면 그냥 막힌 벽 앞에 서 있게 됩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지켜봤는데, 잘못 맞추면 2~3분이 날아가는 구간이어서 긴장감이 상당했습니다. 스피드런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빠른 손가락의 싸움이 아니라 수백 번의 반복으로 쌓인 근육 기억의 결과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언더테일은 플레이 타임이 약 6시간 안팎의 짧은 게임이지만, 최소 두 번 이상 플레이해야 이 게임이 말하려는 걸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모두를 살려보고, 한 번은 다르게 선택해 보는 것, 그렇게 두 경험을 겹쳐놔야 비로소 이 게임이 전달하려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픽셀 그래픽이나 단순한 스테이지 구성이 거슬릴 수 있지만, 그걸 넘고 나면 분명히 남는 게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통해 진짜 선택의 결과를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girOBIpx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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