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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의 진실 (임종과정, 호스피스, 연명의료결정법)

by 하우비리치 2026. 6. 16.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는 말, 실제로 얼마나 될까요. 저는 할머니를 중환자실에서 보내면서 그 말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 몸으로 배웠습니다. 연명치료가 생명을 연장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고통을 연장하는 것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임종과정,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지면 고통스럽게 투병하다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 임종과정(dying process)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여기서 임종과정이란 생명 징후가 단계적으로 저하되면서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말합니다. 의식이 먼저 흐려지면서 통증 감각 자체가 소실되고, 그다음부터는 남은 가족들이 처치 여부를 결정하는 국면으로 넘어갑니다.

 

의학적으로 사망은 크게 심장사와 뇌사로 구분합니다. 심장사는 심전도상 평탄파(flatline)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선언되며, 뇌사는 뇌간 기능까지 완전히 정지한 상태를 말합니다. 뇌사란 자발 호흡이 불가능하고 동공 반사, 뇌파 반응이 모두 소실된 상태로, 식물인간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의술이 발달하면서 심장을 멈추지 않게, 혈액이 돌도록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래서 뇌사라는 새로운 사망 기준이 생겨난 것입니다.

 

임종이 가까워진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체 변화가 있습니다.

  • 섬망(delirium): 의식이 혼탁해지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심하게 뒤척이는 상태
  • 사망 전 그르렁 호흡: 침과 가래를 삼키지 못해 숨 쉴 때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 대소변량 급격히 감소
  • 말초 혈액 순환 저하로 인한 사지 냉감
  • 횡격막 호흡: 갈비뼈 아래까지 억지로 당겨 숨 쉬는 모습

여기서 섬망이란 뇌의 산소 공급이 줄면서 나타나는 급성 혼란 상태로, 가족들이 보기에는 매우 당혹스럽고 고통스러운 장면입니다. 이 단계에서 숨결이 몇 시간 안에 멈출 수 있다는 것을 경험 많은 임상 의사라면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연명치료와 무엇이 다른가

저는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계실 때 일주일에 단 한 번, 5분이 전부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여서 면회 자체가 제한됐고, 그 5분 동안 할머니 손을 잡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연명치료에 서명한 이상, 중환자실에서 꺼내달라고 해도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환자 상태가 호전돼야만 이동이 가능한데, 그건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 호스피스 완화의료(hospice palliative care)가 왜 존재하는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말기 환자에게 치료 대신 통증 조절과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면서 남은 시간을 최대한 편안하게 보내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입니다. 완치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라, 고통을 줄이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암 사망자 중 호스피스 이용률은 2022년 기준 23.5%에 불과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상당수가 여전히 중환자실 연명치료 체계 안에서 임종을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요양원에서 직접 눈으로 본 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말 그대로 준해골 같은 몸에 얇은 살가죽만 남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 정신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본인의 선택을 보장해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알고는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은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연명의료 결정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하는 문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겠다는 본인 의사를 사전에 등록합니다.
  • 연명의료계획서(POLST): 담당 의사가 말기 환자와 함께 작성하는 서류. 실제 의료 현장에서 처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 가족 2인 이상의 일치된 진술: 환자가 평소에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족 2명 이상이 일치된 진술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실제 응급 상황에서 환자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환자가 말도 못 하고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가족들이 "다 해주세요"라고 하면 인공호흡기가 달립니다. 인공호흡기(기관삽관)를 시행하면 의학적으로 중간에 제거가 불가능합니다. 환자가 좋아져야만 뺄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저도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연명치료

존엄사와 안락사, 같은 말이 아닙니다

최근 사르코(Sarco) 안락사 캡슐이 화제가 됐고,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적극적 안락사를 선택한 사례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논의들을 보면서 느낀 건, 용어 자체가 너무 뒤섞여 쓰인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구분하면 이렇습니다.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란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입니다. 의사조력죽음(physician-assisted death)은 의사가 약물이나 수단을 처방하되,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환자 본인입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고 부르는 것이 이 방식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사용하는 존엄사 개념은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시행하지 않은 채 자연적으로 사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구의 존엄사와 우리나라의 존엄사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사르코 캡슐은 질소를 주입해 캡슐 내 산소 농도를 제로로 만들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장치입니다. 스위스에서 첫 사용이 시도됐지만 법적 요건 충족 여부 문제로 현재는 사용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기기 자체의 가부보다도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집단주의적 정서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죽을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면, 그건 진정한 자기 결정이 아니라 주변 눈치에 의한 강요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식들 부담 줄여주려고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안락사 논의 이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연명의료에 대한 가족 간 대화입니다(출처: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죽음에 대해 가족끼리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대화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미루다 보면, 결국 환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지막을 보내게 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장례식에서 하체에 달라붙은 이물질을 떼어내는 데 오래 걸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저는 그게 연명치료를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국가연명의료관리기관을 통해 누구나 등록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건강할 때 한번은 꺼내볼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연명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aSYQzhx2M0&list=PLZjOkV0EhTLeGYehdkLkhxAHR0XhBzYQm&index=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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