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Chillas Art 게임이라고 해서 어두운 복도에서 뭔가 튀어나오는 연출이 연속될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처음 20분은 완전히 낚시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작살을 쏘고, 물고기를 팔고, 배를 업그레이드하는 루프가 반복되는데 이게 지루하기는커녕 이상하게 손에 착 붙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서히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이 쌓여갑니다. 이 게임, 진짜 만만하게 볼 게 아닙니다.
낚시 게임인 줄 알았는데 공포 게임이었습니다
우미가리는 기본적으로 낚시와 보트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는 게임플레이 루프(gameplay loop)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게임플레이 루프란 플레이어가 일정한 행동 패턴을 반복하면서 캐릭터와 장비를 성장시키는 핵심 사이클을 말합니다. 자원을 수집하고, 판매하고,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는 이 구조는 언뜻 단조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훨씬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Chillas Art 게임 하면 점프 스케어(jump scare) 중심의 공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직접 플레이해보니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점프 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소리나 이미지로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공포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우미가리는 이런 기법보다는 초현실적인 설정 자체에서 오는 불안감, 이른바 '분위기형 공포'를 선택했습니다. 바다에 잠긴 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 사람 이빨을 가진 참치 이런 요소들이 누적되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세계관이지?"라는 의문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다괴물 우미가의 존재감이었습니다. 구역을 넘어갈 때마다 나타나 추격해오는 이 존재는 직접 마주치는 순간의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종을 울려서 따돌리는 방식도 꽤 독창적이었고, 단순히 도망치는 것 이상의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미가리의 게임플레이에서 눈에 띄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트 속도, 작살 사거리, 연료 용량 등 단계적 업그레이드 시스템
- 구역마다 달라지는 희귀 어종과 고가 판매 어류(참치, 날치, 산갈치 등)
- 음파 탐지기, 부스트 장치, 미끼 제조기 등 탐색을 통해 획득하는 보조 장치
- 종(벨)을 활용한 보스 회피 메커니즘
스토리가 점점 이상해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해 보였습니다. 섬에서 물고기를 잡아 팔고, 상인에게 배를 업그레이드받고, 더 넓은 바다로 나가는 구조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도 처음엔 이게 단순한 낚시 어드벤처인 줄 알았습니다. 신사에서 쓰러져 있는 여학생을 만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우미가리의 서사 구조는 내러티브 레이어링(narrative layering)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 레이어링이란 표면적 이야기 아래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층을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폐교에서 만난 남자의 독백, 쇼핑몰에서의 문어 에피소드, 기차 안의 소녀 리노 이야기가 쌓이면서 결말의 충격이 배가됩니다.
결말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제 경험상 이런 인디 공포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사냥해온 물고기들이 실은 인간이었고, 만났던 인간들은 원래 물고기였다는 설정 그리고 그 아이러니한 결과까지. 단순한 반전으로 끝내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멀티 엔딩 구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디 게임 연구 측면에서도 이런 메타포 중심의 서사는 주목받고 있습니다. 게임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미가리는 그 흐름에 잘 올라타 있다고 봅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공포 게임의 공포 지수는 점프 스케어 빈도나 BGM 강도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우미가리는 그 기준이 통하지 않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무서움은 비주얼 호러(visual horror)에서 나옵니다. 비주얼 호러란 시각적으로 기괴하거나 불협화음을 이루는 이미지를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공포 연출 방식을 말합니다.
교복을 입은 물고기, 사람 이빨이 박힌 거대 참치, 세탁기 안에서 걸어 나온 기차 레버,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날치들 — 이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어느 순간 "아 이게 다 정상인 세계가 아니구나"라는 감각이 밀려옵니다. 이 불쾌한 낯섦, 이른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효과가 게임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언캐니 밸리란 인간이나 친숙한 존재와 거의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나는 것을 봤을 때 느끼는 강렬한 불쾌감을 말합니다.
성능 면에서도 제가 직접 플레이해봤는데, RTX 2070 Super 기준 퍼포먼스 모드에서 아무런 끊김 없이 구동되었습니다. 최고 그래픽 설정을 억지로 올리지 않아도 Chillas Art 특유의 아트 스타일은 충분히 살아 있었고, 오히려 약간 거친 질감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인디 게임 시장에서 최적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상황을 감안하면(출처: Steam), 이 부분은 칭찬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조작감도 예상보다 훨씬 깔끔했습니다. Chillas Art의 기존 작품들 중 일부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인해 멀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게임은 보트 이동과 작살 발사 타이밍이 꽤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길게 플레이해도 피로감이 적었습니다.
정식 발매 버전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솔직히 기대가 큰 편입니다. 데모 버전만으로도 분량이 상당했고, 스토리의 완성도나 세계관의 깊이를 봤을 때 풀버전에서는 더 많은 구역과 에피소드가 추가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Chillas Art의 팬이라면 기존 작품과는 결이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고 접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낚시 게임 같은 첫 인상에 속지 마세요. 이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뭔가 다른 게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