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횟수가 줄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부부는 횟수가 많지 않지만, 주말에 아이와 함께 여행 가는 시간이 훨씬 더 충만하게 느껴지거든요. 과연 중년 이후의 부부관계, 횟수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호르몬 변화가 부부관계를 바꾸는 방식
중년 이후 부부관계가 달라지는 데는 심리적인 요인만큼이나 신체적인 이유가 뚜렷하게 작용합니다. 여성의 경우 폐경(menopause)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폐경이란 난소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멈추면서 월경이 완전히 중단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시기부터 질 분비물이 현저히 줄어들고, 삽입 시 통증이 생깁니다. 성의학에서는 이 통증 상태를 '마이너스 단계'로 분류하는데, 통증이 있으면 오르가즘으로 이어지는 흥분 단계 자체가 차단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감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이란 흔히 남성 호르몬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난소에서 이 호르몬을 분비하며 성욕(libido)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성욕이란 단순히 성행위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신체적 친밀감 전반에 대한 동기를 뜻합니다. 폐경 이후 이 수치가 급감하면 흥미 자체가 사라지고, 통증까지 더해지니 관계를 피하게 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입니다.
남성도 서서히 변합니다. 40대 중반부터 테스토스테론이 연간 1~2%씩 줄어드는데, 이를 남성갱년기(andropause)라고 부릅니다. 남성갱년기란 여성의 폐경처럼 급격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활력과 성욕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50대 이후에도 약 30% 정도의 남성만 의미 있는 수치 저하를 보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크고,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서로를 탓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신체 변화가 부부 사이를 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에스트로겐 저하로 인한 질 건조증 및 삽입 통증
-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인한 남녀 공통 성욕 저하
- 수면 방해(코골이, 뒤척임 등)로 인한 각방 생활 일상화
- 자녀 중심 생활로 인한 부부 단독 시간 소멸
성욕 차이, 문제일까 조율의 문제일까
많은 분들이 부부 사이의 성욕 차이를 '문제'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조율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일주일에 세 번을 원하는 남편과 한 번도 원치 않는 아내가 있다면, 그건 병이 아니라 서로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부 상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성이 관계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도구가 된 느낌"이라는 겁니다. 남성이 전희(foreplay) 없이 삽입으로 바로 넘어가는 패턴이 반복될 때 특히 강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전희란 성관계 이전에 심리적, 신체적 흥분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여성의 성적 반응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아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산 이후 몸이 달라졌는데 남편이 사정을 못 하면, 아내는 "내가 더 이상 이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하는구나"라는 자존감 붕괴를 경험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부부 모두가 서로의 신체 변화와 반응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눠야만 풀리는 문제입니다.
각방 사용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립니다. 각방이 관계를 망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각방을 사용하는 부부의 수면의 질은 높아지고, 성관계 시 주관적 만족감도 오히려 올라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각방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평소의 친밀한 스킨십과 언어적 교감이 함께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훨씬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성생활의 빈도와 심혈관 질환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고한 연구들도 있습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인과관계가 뒤바뀌어 있을 가능성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성생활도 활발한 것이지, 성생활이 많아서 건강해진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고강도 운동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이미 체력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친밀감을 유지하는 실제 방법들
호기심이라는 단어가 제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부부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의 공통점이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제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뭐가 힘든지, 뭐가 즐거운지, 뭐가 맛있는지 궁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가까워질 수 있겠습니까.
제 경험상, 부부 친밀감은 성관계보다 일상의 스킨십 습관에서 더 많이 결정됩니다. 운동이 습관이 된 사람이 안 하는 날 몸이 처지듯, 스킨십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합니다.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얹고, 그냥 안아주는 것. 이게 쌓이면 성관계 자체의 횟수나 방식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도 관계가 유지됩니다.
저는 또한 자녀 앞에서 배우자에게 "예쁘다", "멋지다"고 표현하는 것이 성교육까지 자연스럽게 해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살짝 비웃거나 샘낼 정도로 서로를 이성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건강한 남녀 관계가 어떤 건지 아이가 보고 배웁니다. 아이 중심이 아니라 부부 중심으로 가정의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아이에게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봅니다.
폐경 이후 호르몬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겠습니다. HRT란 감소한 에스트로겐이나 프로게스테론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치료로, 질 건조증과 성욕 저하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방암 위험 증가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연구들에서 60세 이전에 적절히 사용하면 심혈관 건강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의학계 트렌드가 바뀌었습니다(출처: 대한폐경학회). 다만 이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용품이나 왁싱 등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남얘기처럼 꺼내는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도, 갑자기 직접 제안하는 것보다 "친구한테 들었는데 좋다더라"는 방식이 훨씬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었습니다. 중요한 건 새로운 시도 자체가 아니라, 그 시도 속에 상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담겨 있는가입니다.
중년 이후에도 충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횟수가 아닙니다. 상대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뭘 좋아하고 뭘 불편해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살아있는 분들입니다. 제 경험상 이 호기심이 꺼지는 순간이 실질적인 부부 관계의 위기 시작점이었고, 이걸 되살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저녁 잠깐의 산책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성기능 또는 호르몬 관련 문제는 반드시 산부인과 혹은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jjx1AmT7CQ&list=PLZjOkV0EhTLeGYehdkLkhxAHR0XhBzYQm&index=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