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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현실 (트리아제, 닥터헬기, ISS)

by 하우비리치 2026. 6. 16.

45세 미만 연령대에서 사망 원인 1위가 중증 외상입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통계 얘기입니다. 저는 아주대병원 근처에 살면서 헬기 소리를 자주 듣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담고 있는지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트리아제, 현장에서 생사가 갈린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부터 연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 선택이 목숨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제가 들은 사례 중에도,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레카차와 보험사 직원이 119 대원보다 먼저 도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처음에 의식이 있으면 괜찮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핸들에 가슴을 부딪혔거나 머리를 찧었다면 반드시 119 대원의 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중증외상센터

 

여기서 트리아제(Triage)란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현장 중증도 분류 체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누구를 먼저 치료해야 살릴 수 있는지 가려내는 작업입니다. 이 트리아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증 환자들이 먼저 가까운 응급실을 채워버리고, 정작 중증 환자가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이 생깁니다. 1993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현장 분류 체계인 DMAT(재난의료지원팀)이 처음 제도화된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현장 트리아제는 4단계 기준으로 분류됩니다.

  • 혈압 저하, 맥박 이상, 호흡 불안정, 의식 저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중증으로 분류
  • 몸 가까운 부위(가슴, 복부, 목 등)에 해부학적 손상이 확인될 경우 중증
  • 차량이 심하게 찌그러졌거나 동승자가 사망한 경우처럼 사고 기전이 심각하면 증상이 없어도 중증으로 잡음
  • 이 기준은 오버 트리아제(과다 분류) 50%까지 허용하고, 과소 분류는 제로에 가까워야 함

중요한 건 이 기준이 "현장에서 보수적으로 잡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중에 병원 검사에서 중증이 아닌 것으로 나와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반대로 처음에 경증으로 잘못 분류해서 뒤늦게 외상 센터에 오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닥터헬기, 일반적 믿음과 현실의 차이

닥터헬기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드라마 속 장면처럼 극적인 순간에만 뜨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한 곳에서만 연간 575건, 날씨가 허락하는 날 기준으로 하루 평균 1~3회씩 출동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아주대병원 옆을 지나다 헬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닥터헬기 출동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현장 트리아제에서 중증 외상으로 분류되고, 이송 시간이 30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 헬기가 뜹니다. 헬기가 시동을 걸고 출발해 현장에 도달하는 데 약 2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30분 기준으로 경기도 내 어느 지역이든 커버가 된다고 합니다. 헬기에는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기본으로 탑승하고, 재난 상황에서는 두 팀까지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헬기 소음 민원이 생기면 운항 경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좀 납득이 안 됩니다. 실제로 민원이 접수되면 기장이 해당 지역을 우회해서 비행한다고 하는데, 그 우회가 단 몇 분이라도 늦어지면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응급차나 헬기 소음 민원 자체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과 비교해봐도, 한국에서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인식 격차가 꽤 있다고 느낍니다.

ISS로 보는 중증 외상의 실제 기준

병원에 도착한 이후 중증 여부는 ISS(Injury Severity Score), 즉 손상 중증도 점수로 판단합니다. ISS는 신체 각 부위의 손상 정도를 1점에서 75점 사이로 수치화한 점수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점수가 높을수록 여러 부위가 심하게 다쳤다는 뜻입니다.

 

15점 이상이면 중증 외상으로 분류되는데, 이 기준을 넘으면 사망률이 10%를 초과합니다(출처: 대한외상학회). 25점이 되면 사망률은 20%를 넘어섭니다. 가슴과 복부를 동시에 다쳤거나, 머리와 가슴이 함께 손상된 경우 대략 ISS 15점 전후가 나옵니다. 두 개 이상의 주요 장기에 손상이 생기는 순간 이미 중증 기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실제로 석해균 선장이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여섯 발의 총탄을 맞고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오만에서 초기 처치를 받은 후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손, 다리, 복부의 복합 손상 상태였습니다. 제가 그 사례를 다시 들어보면서,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외상 전문 의료진에게 닿느냐가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 치료 경험이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 17개 설립 계획이 본격화됐고, 2012년 이후 전국 센터가 모두 개소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그런데 문제는 센터는 17개가 생겼는데,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상 전담 전문의 기준 인원을 채운 센터는 전국에서 손에 꼽고, 상당수 센터가 10명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센터장조차 주말 72시간 당직을 서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시스템은 갖춰졌지만 사람이 없는 상황입니다. 15살 때 교통사고로 4일 만에 깨어난 경험이 있는 분이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는 건, 이런 의료진들이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 소리가 누군가의 '골든 타임'을 지키는 소리라는 걸 기억했으면 합니다. 저도 평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편인데, 아주대병원 근처에서 들리는 헬기 소리만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45세 미만이라면 중증 외상이 가장 큰 사망 원인입니다.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고, 음주 상태에서 오토바이나 킥보드를 타지 않는 것,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보다 119에 먼저 연락하는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반드시 119에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gcUPRqddis&list=PLZjOkV0EhTLeGYehdkLkhxAHR0XhBzYQm&index=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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