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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이커 2 리파인 (여왕 엔딩, 돈 버는 법, 리파인)

by 하우비리치 2026. 4. 25.

열 살짜리 딸을 여왕으로 키울 수 있다면, 아버지로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게임 안에서 직접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8년 동안 딸을 농장으로 보내고, 마왕과 거래하고, 용의 통행료를 내다가 결국 여왕과 공주 두 타이틀을 동시에 손에 쥐었습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고, 또 어이없을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2
프린세스 메이커 2

노동으로 시작된 여왕의 길

저는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목표를 정했습니다.

  1. 이 게임에서 가장 좋은 직업으로 분류되는 여왕으로 만들기
  2. 게임의 제목처럼 제가 프린세스 메이커가 되어 왕자와 결혼시켜 여왕이자 동시에 공주가 되는 것

게임의 시작은 마왕의 침략으로 멸망 직전이었던 인간계를 전설적인 검사였던 제가 구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됩니다. 마왕과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은 저에 국왕은 부상이 치료될 때까지 도시에 머무르며 도시 재건을 도와달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금성신 비너스가 열 살 아이를 맡기게 되며 본격적으로 프린세스 메이커가 시작하게 됩니다.

 

저는 금성신 비너스가 열 살짜리 아이를 다짜고짜 맡기고 사라지는 장면에서 이미 이 게임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느껴졌습니다. 졸지에 아버지가 된 저는 딸아이 이름을 오렌지 주스로 짓고, 생일은 9월 30일, 혈액형은 A형으로 설정했습니다. 성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설정이었는데, 직접 해보니 이름 하나 짓는 것부터 게임에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1년 녹봉이 고작 500골드인데, 이걸로는 식비도 충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첫 달 스케줄에 열 살짜리 아이를 농장 아르바이트에 보냈습니다. 마음이 영 찝찝하긴 했지만, 이 게임의 스케줄 시스템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케줄 시스템이란 매달 딸이 할 활동을 선택하면 특정 능력치가 오르고, 성인이 됐을 때의 직업이 그 능력치 조합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농장 아르바이트는 기품이 떨어지는 대신 체력과 근력이 오르는 구조라서, 그냥 체력 증진 목적으로 보낸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초반에 체력 수치가 낮다 보니 실수하는 날이 많아서 9일치 일을 해도 하루치 보수밖에 못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이 부분이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체력이 낮은 아이가 일을 하면 당연히 실수를 많이 하고, 그게 수입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묘하게 설득력 있었거든요.


여왕 엔딩을 위한 능력치 설계

아이에게는 능력치라는 것이 존재하고 내가 어떻게 이 능력치를 키우느냐에 따라 후에 직업이 결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여왕 엔딩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찾아보았습니다. 여왕 엔딩을 달성하려면 단순히 기품 하나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찾아보니 조건이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여왕 엔딩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핵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품 800 이상
  • 전사, 마법, 사교, 가사 4가지 평가 각각 421 이상
  • 4가지 평가 간 격차가 50점 이내

처음 육성을 시작할 때는 밥을 든든히 먹여주었는데 다른 것을 못 해줘도 밥은 굶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리고 장차 여왕이 될 아이니까 미리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인맥을 쌓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매달 성에 방문하여 말단 문지기부터 국왕까지 인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스케줄을 짜줄 때는 초반에는 반강제적으로 알바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농장 알바 1번 교회 봉사활동 2번으로 했습니다. 교회 봉사 활동은 나중에 특정 이벤트나 적과 싸울 때 업보가 쌓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인형을 사주어 스트레스 해소와 감수성을 모두 잡았습니다. 

스케줄에는 학습, 알바, 무사수행, 휴식 이렇게 네 가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체력이 쌓이게 되면 농장 2번, 교회 1번으로 스케줄을 편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한 달 번 돈으로 스트레스 해소하는 값 밖에 벌 수 없다 보니 큰돈을 벌기 위해 무사수행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무사 수행이란 마을 밖으로 나가 탐험과 전투를 진행하는 구간인데, 여기서 얻는 보물 상자 수익이 매달 알바 수입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무사수행으로 만나는 몬스터는 딸아이보다 훨씬 강력해서 이길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 열심히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인터넷의 힘을 빌려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감수성 200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적을 전투 없이 대화로 통과할 수 있는 기능있다는 것을 알고 감수성을 올리는 작업을 하고 무사수행을 나가보았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적은 대화로 넘어갈 수 있었는데 한 나무 앞에서 저녁에 잠깐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요정이 나타나 같이 춤을 추자는 이벤트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데 동부의 산림지대를 모두 확인하고 숨겨져 있던 보물 상자에서 220골드, 250골드, 고대의 우유까지 얻어 막대한 수익을 벌었습니다. 백날 농장 알바를 해봐야 한 달 무사 수행 한 번만 다녀와도 몇 배 차이가 나는 걸 직접 확인했을 때는 솔직히 좀 허탈했습니다. 진작 보냈어야 했는데 싶었거든요.

 

그렇게 여러 이벤트들을 하면서 스텟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조건 게임을 꽤 진행하다가 뒤늦게 알게 됐는데, 그때 요리 대회 우승 덕에 가사 평가가 갑자기 520점을 넘겨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능력치 밸런스 관리, 즉 특정 스탯이 다른 스탯보다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가사 평가를 낮출 방법은 없으니 나머지 세 평가를 모두 470점 이상까지 올려야 했고, 결과적으로 이게 후반부 스케줄 설계의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결국 4대 평가 모두 500이상 밸런스 있게 맞춰주어 조건을 달성하였는데 성인이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북부 빙산지대에 무사수행을 갔다가 무신을 만나게 되며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무사히 여왕이 될 수 있었을까요? 여러분도 한번 조건에 맞춰서 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수확제와 마왕 이벤트, 돈 버는 방법의 정석

매년 10월에 열리는 수확제는 이 게임에서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수확제란 왕궁 주최로 열리는 무술, 댄스, 미술, 요리 네 가지 토너먼트 중 하나에 참가해 우승하면 3,000골드 이상의 상금과 특정 능력 평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연간 대회입니다. 저는 4년에 걸쳐 요리, 미술, 댄스, 무술 대회를 하나씩 모두 참가하며 번갈아 우승했는데, 이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4가지 평가가 골고루 올라가더라고요.

 

특히 수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왕 이벤트를 꽤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마왕 이벤트란 서부 사막지대 무사 수행 중 특정 구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로, 다섯 가지 스탯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대폭 올려주는 대신 신앙이 줄고 업보가 쌓입니다. 신앙이 줄고 업보가 쌓이면 이후 교회 봉사 활동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한 번에 56포인트씩 스탯이 오르는 효율이 워낙 좋아서 저는 거의 매번 활용했습니다.

 

떠돌이 행상인에게 구매한 정령의 반지는 오아시스에서 정령을 만나는 숨겨진 이벤트로 연결됐고, 기품을 50이나 올려 줬습니다. 기품 10 올려주는 찻잔이 500골드인데, 1,000골드로 50이라면 훨씬 효율적인 투자였습니다. 이런 숨겨진 이벤트들을 발견할 때마다 게임을 직접 탐험하는 재미가 제대로 느껴졌습니다.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자체가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해 온 장르입니다. 게임 디자인 연구 측면에서 보면, 숨겨진 이벤트와 수치 조건의 조합으로 다양한 엔딩을 유도하는 구조는 플레이어의 탐구 욕구를 자극하는 전형적인 리플레이어빌리티 설계입니다. 리플레이어빌리티란 같은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설계 요소로, 조건과 결과가 다양할수록 높아집니다(출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Steam 리파인 버전, 만족과 아쉬움 사이

DOS 버전으로 즐겼던 분이라면 이 리파인 버전에 대해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실 겁니다. 제가 직접 해보고 느낀 점은 전반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픽셀 아트 특유의 감성이 새 일러스트로 완전히 대체된 건 아쉽긴 하지만, 오리지널 MIDI와 WAV 음악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고, 일본어 성우 연기도 추가됐습니다. Steam이라는 플랫폼 자체에서 공식 출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영어 번역 품질 문제는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프닝 영상부터 번역이 어색하고, 게임 내에서 Armourer를 Amourer로 표기하는 등의 오타도 다수 발견됩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2는 게임 텍스트가 문학적 경험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게임인데, 이 부분이 영어권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지화(Localization)란 단순 번역을 넘어 대상 언어권 문화와 감성에 맞게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이 게임의 영어 버전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딸이 성인이 되면서 읽어 주는 감사 편지입니다. DOS 버전에서는 양육 방식에 따라 편지 내용이 달라지는, 사실상 엔딩의 감동을 완성하는 장면인데 Steam 초기 버전에서는 일본어 음성에 영어 자막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후 패치로 수정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게임 개발사의 사후 지원(Post-launch Support)이란 출시 이후 발견된 문제를 업데이트로 보완하는 과정으로, 이 경우처럼 핵심 콘텐츠의 번역 누락이 뒤늦게라도 수정된 건 다행입니다. 게임 품질 관리의 국제 표준 관점에서 보면, 초기 출시 전 철저한 QA(품질 보증)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출처: Steam 공식 커뮤니티).

 

8년치 플레이를 마치고 오렌지 주스가 여왕이자 공주가 됐을 때, 뭔가 제 손으로 직접 키워낸 것 같은 묘한 감정이 있었습니다. 게임이니까 당연하지만, 그래도 처음 열 살짜리 아이를 농장으로 보내던 때부터 최종 직업 발표까지의 과정이 나름 한 편의 이야기처럼 완결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도전하시는 분이라면 여왕 엔딩을 목표로 잡고, 감수성을 200 이상 올려 무사 수행을 일찍 시작하는 걸 권해 드립니다. 알바보다 무사 수행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저처럼 늦게 깨닫지 마시고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LzbC-fN5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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