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제로 던은 출시 이후 전 세계 누적 판매량 2,000만 장을 돌파한 오픈 월드 액션 RPG입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기계 짐승과 싸우는 컨셉도 특이해서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스토리를 보기에는 내용이 방대하고 게임 초반 적응에 진입장벽이 있어 그런 분들을 위한 글을 작성했는데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퇴보된 문명과 가이아 프로젝트, 이 스토리가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게임을 "기계 짐승 사냥 게임"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스토리가 게임의 진짜 중심축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됩니다.
배경은 고도로 발달했던 인류 문명이 완전히 붕괴된 먼 미래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놀라이, 카르자, 오세람 등 원시적인 부족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고, 땅 위엔 기계 생명체들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엘로이는 이 세계에서 태어난 추방자 신분의 소녀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이 곧 게임의 본줄기입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가이아(GAIA)입니다. 가이아란 인류 멸망 이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설계된 인공지능 총괄 시스템으로, 쉽게 말해 지구 생태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가이아 아래에는 여러 하위 기능이 존재하는데, 그 중 헤파이스토스는 기계 생명체를 제조하는 역할을 맡고, 하데스는 생태계가 실패할 경우 전부 초기화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하데스란 생태계 복원이 막장으로 흘러갈 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멸절시켜 리셋하는 비상 기능입니다. 이 하데스가 정체불명의 데이터에 의해 잠식되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서 게임의 핵심 위기가 시작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포커스(Focus)입니다. 포커스란 주인공 엘로이가 머리에 착용한 고대 기술 장치로, 증강 현실처럼 적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흔적을 분석하며 기계 생명체의 취약 부위를 스캔하는 기능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포커스 없이 이 게임을 진행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을 만큼 전투와 탐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프로젝트 제로 던이란 파로 로봇이 지구 생명체를 모조리 먹어 치운 이후를 대비해 지구를 원점에서 다시 복원하기 위해 설계된 비밀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저는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초반 진입장벽과 제가 쓴 공략팁
일반적으로 오픈 월드 게임은 초반부터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호라이즌 제로 던은 솔직히 처음 2~3시간이 좀 더딥니다. 제 경험상 이건 게임이 나쁜 게 아니라 키조작과 스킬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증명의 의식 파트가 끝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가 붙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진 조금 인내가 필요합니다.
게임 시스템 중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핵심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게임 저장 및 빠른 이동: 모닥불(Campfire)에서 저장이 가능하고, 빠른 이동팩을 사용하면 이미 발견한 모닥불이나 거점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인벤토리 확장: 맵을 돌아다닐 때 보이는 동물들을 사냥해서 얻는 가죽 재료로 가방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동물을 그냥 지나치다가 나중에 인벤토리가 꽉 차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아이템 판매: 뭘 팔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이템 정보에서 '팔아서 금속샤드 얻기'만 표시되는 물건을 파는 게 안전합니다. 탄약 제작 재료는 절대 팔면 안 됩니다.
스킬 트리 측면에서 제가 초반에 가장 효율이 좋다고 느낀 스킬들은 무음공격, 사냥꾼의 반사신경, 집중, 치명타입니다. 무음공격은 말 그대로 은신 상태에서의 공격력을 올려주고, 집중은 시간을 늦추며 정밀 조준이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입니다. 기계 생명체의 취약 부위를 노릴 때 이 두 스킬의 조합이 특히 강력합니다.
추가로 미끼 호출 스킬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어그로를 특정 지점으로 유도한 뒤 치명타를 터뜨리는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유용했습니다. 3연발 스킬은 빠른 재장전과 함께 쓰면 순식간에 3발을 꽂아 넣을 수 있어서 중반 이후 진가가 드러납니다.
탈 것 호출 스킬도 빠르게 찍는 걸 추천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진입했을 때 아직 모닥불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스트라이더 같은 기계를 길들여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면 탐색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스트라이더란 말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로, 포커스로 일정 조건을 맞추면 탑승이 가능한 기동성 중심의 유닛입니다.

게임의 아쉬운 점을 하나만 짚자면 대화 선택지의 자유도입니다. 다른 오픈 월드 RPG들과 비교했을 때 대화 분기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 부분이 결정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 유저와 세계관을 천천히 즐기고 싶은 유저 모두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호라이즌 제로 던은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후회 없는 게임입니다. 스토리의 완성도, 탄탄한 세계관, 기계 생명체와의 전투 쾌감이 모두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다만 초반 3~4시간을 버티고 증명의 의식 이후부터 페이스를 붙이면, 그다음부터는 멈추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제가 경험한 게임 중에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던" 몇 안 되는 타이틀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