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모양 머리를 가진 여자가 건네는 블루베리 한 알. 구멍에 넣으면 동전 하나가 튀어나온다는 말이 황당하게 들렸는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손을 놓을 타이밍을 찾지 못했습니다. Berry Bury Berry는 2026년 1월 30일 Steam에 출시된 1인칭 인크리멘탈 인디 게임으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실행했을 때는 "이게 공포 게임이라고?" 싶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인크리멘탈 게임이라는 껍데기, 그 안의 불쾌한 골짜기
인크리멘탈 게임(Incremental Game)이란 숫자를 반복적으로 늘려가며 업그레이드를 쌓아가는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단순한 행동을 반복할수록 결과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인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중독적입니다. Berry Bury Berry는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어딘가 이질적인 분위기를 덧씌워 놓았습니다.

게임은 낮과 밤 사이클로 나뉩니다. 낮 동안에는 베리 버디(Berry Buddy)들이 블루베리를 만들어내고, 플레이어는 그것을 구멍에 던져 넣어 돈을 법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하나씩 집어 넣다가, 진공 청소기를 해금하면 한꺼번에 빨아들여 구멍으로 쏠 수 있게 됩니다. 블리츠(Blitz)라는 기능도 등장하는데, 여기서 블리츠란 짧은 시간 동안 베리 생성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능력입니다. 제가 처음 블리츠를 발동했을 때는 화면을 가득 채운 베리들이 구멍으로 쏟아지는 걸 보면서 "이거 완전 괴물 같은 스킬이다" 싶었습니다.
밤이 오면 세계가 어둠으로 덮이고 행동이 제한됩니다. 돌아다니며 동전을 줍고, 저금통에 돈을 넣고, 다음 날 쓸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시간입니다. 업그레이드 카테고리는 총 13가지 주요 항목에 60개 이상의 세부 선택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접 해보니 초반에는 베리 버디 추가보다 진공 청소기 쪽 업그레이드가 체감 효율이 확실히 좋았습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존재를 볼 때 느끼는 묘한 거부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Berry Bury Berry의 분위기가 정확히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밝고 알록달록한 어린이 프로그램 세트 같은 배경인데, 자세히 보면 뭔가 하나씩 어긋나 있습니다. 게임 속 도구들과 소품들이 사실은 이 공간에 빨려 들어온 실종자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을 때, 처음부터 이 분위기가 노린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구멍이 커질수록 드러나는 스토리라인
게임이 진행될수록 대형 망치를 해금하게 됩니다. 망치에는 "책임감 있게 사용하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 당연히 그 말을 무시하고 벽을 부수면 새로운 공간이 열립니다. 제가 처음 망치로 벽을 때렸을 때 스튜디오 세트 같은 공간이 드러났고, 그 순간 "이게 단순 노가다 게임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숨겨진 공간 곳곳에서 카세트 테이프가 발견됩니다. 테이프를 재생하면 도나 벨린저(Donna Bellinger)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녀는 미스 레인보우의 베리패치(Miss Rainbow's Berry Patch)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원작자이자 주연 배우였습니다. 1996년, 이 쇼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프로듀서 베리 포메로이(Barry Pomeroy)가 도나를 주연에서 교체하려 하자, 도나는 벨라도나(Belladonna) 베리에서 추출한 독으로 그를 살해합니다. 여기서 벨라도나란 가짓과 식물에서 추출되는 강력한 신경독 성분으로, 실제로도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 속 구멍의 정체가 바로 베리의 시신이 숨겨진 오케스트라 피트 아래 소품 보관함이라는 반전은 꽤 강렬합니다. 베리를 넣을수록 구멍이 커지는 것이 단순한 게임 메커닉이 아니라, 죄와 은폐가 덧쌓이는 과정을 상징하는 연출이었던 겁니다.
게임에는 총 4가지 엔딩이 존재합니다. 핵심 엔딩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 엔딩: 스타 열쇠로 문을 열고 도나를 만나 게임이 마무리됩니다.
- 노움 인형 엔딩: 정원의 노움 인형들을 전부 구멍에 넣으면 발동되는 숨겨진 루트입니다.
- 벨라도나 엔딩: 스타오브(Star Orb) 9,999개를 모아 스타 지팡이를 특정 방식으로 사용하면 독이 세상을 뒤덮습니다.
- 트루 엔딩: 다크스타(Dark Star) 7개를 모두 찾아 도나의 진심을 마주하고 도구가 된 희생자들과 함께 탈출합니다.
스타오브란 구멍에 베리를 넣다 보면 가끔 튀어나오는 별 모양 오브젝트로, 베리 버디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인 재화입니다. 제가 이걸 초반에 그냥 장식품인 줄 알고 넘겼다가, 나중에 업그레이드 창을 보고서야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단순함이 무기가 되는 게임 디자인
Berry Bury Berry를 두고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AdVenture Capitalist) 같은 고전 인크리멘탈 게임에 공포 요소를 얹은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저는 그 표현이 꽤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는 2014년 출시된 대표적인 방치형 인크리멘탈 게임으로, 단순한 클릭 반복으로 수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구조입니다. Berry Bury Berry도 그 골격을 가져오되, 그 위에 도나의 비뚤어진 집착과 섬뜩한 배경을 씌웠습니다.
게임 플레이 시간은 약 4시간 내외입니다. 이 장르를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멈추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순한 행동이 반복될수록 숫자가 커지는 보상 회로(Reward Loop)가 작동하는데, 여기서 보상 회로란 특정 행동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따라올 때 뇌가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들이 이 구조를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게임 연구 분야에서도 꾸준히 다뤄지는 주제입니다(출처: Steam 공식 게임 페이지).
인디 게임 시장에서 공포와 인크리멘탈을 결합한 시도는 드문 편입니다. 인디 게임(Indie Game)이란 대형 퍼블리셔 없이 소규모 개발사나 개인이 제작하는 게임을 의미하며, 창의적인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입니다. Steam 통계에 따르면 인디 게임은 플랫폼 전체 출시 타이틀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출처: Steam 통계 페이지).
솔직히 이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공포 연출보다 스토리 구조였습니다. 도나는 게임 내내 탐욕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의 작품에 대한 집착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스스로가 비난하던 탐욕에 잡아먹힌 인물입니다. 게임 제목 Berry Bury Berry 자체가 "베리를 묻다"와 "프로듀서 베리를 묻다"라는 이중적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도, 첫 플레이를 마치고 나서야 뒤늦게 와 닿았습니다.
한글 패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어 장벽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았을 텐데, 지금은 한국어 지원이 되니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단순한 구조 안에 탄탄한 스토리가 숨어 있는 게임을 찾고 계신다면, Berry Bury Berry는 4시간 투자 대비 꽤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선택이 될 겁니다. 트루 엔딩까지 노린다면 다크스타 위치를 미리 파악해두는 쪽이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