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게임을 처음 켰을 때 조명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놓쳤습니다. 어두운 구역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게임 어디에도 "이렇게 하면 불 켜집니다"라는 안내가 없고, 결국 저는 게임 감마값을 최대로 올리는 편법으로 버텼죠. 그것도 10~20초씩 게임이 멈추거나 크래시 나면서요.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이 게임에 대해 할 말이 꽤 많아졌습니다.
멀티플레이로 즐기는 Cry of Fear, 싱글과 뭐가 다른가
Cry of Fear는 2013년 출시된 1인칭 호러 게임으로, 원래 GoldSrc 엔진 기반의 Half-Life 모드로 시작된 작품입니다. GoldSrc란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게임 엔진으로, 1998년 Half-Life에 처음 사용된 엔진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기준으로는 꽤 오래된 기술 스택이라, 비주얼적으로 텅 빈 느낌이 드는 구간도 있고 충돌 판정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4인 멀티플레이로 처음 접했습니다. 멀티 모드는 싱글과 스토리 구조가 달라서, 경찰이 사이먼의 소설책 속으로 들어가 숨겨진 또 다른 소설책을 찾아 불태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싱글에서 주인공 사이먼 혼자 절박하게 버티던 분위기와 달리, 멀티에서는 넷이서 괴물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그게 오히려 공포감을 반감시키기도 했어요.
멀티 난이도는 나이트메어 난이도로 고정됩니다. 나이트메어 난이도란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 설정으로,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최대치로 설정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거인형 적 하나를 잡는 데 곤봉으로 수십 번씩 두들겨야 했고, 탄약은 항상 부족했습니다.
GoldSrc 엔진의 한계와 의외의 매력
일반적으로 오래된 엔진으로 만든 게임은 비주얼이 조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Cry of Fear는 그 틀을 부분적으로 벗어납니다. 좁은 복도나 실내 구역은 허전하게 느껴지지만, 도시 외곽이나 숲, 호수 구간에서는 조명과 안개 연출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엔진의 한계를 알면서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게임이에요.
NPC 및 몬스터 AI는 패스파인딩(Pathfinding) 알고리즘에 의존하는데, 패스파인딩이란 게임 내 캐릭터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GoldSrc 엔진의 이 시스템이 워낙 구식이라, 적이 벽에 끼거나 팀원한테 어그로가 이상하게 걸리는 버그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사정거리 안에서 곤봉을 휘두르고 있는데 공격이 안 들어가고, 멀리 있는 팀원이 대신 맞는 장면을 몇 번이나 목격했어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점프스케어(Jump scar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점프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시각·청각 자극으로 플레이어를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인데, Cry of Fear는 이 연출을 상당히 많이 활용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값싼 점프스케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 게임은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연출이 많아서 실제로 여러 번 소리를 질렀습니다. 돌이켜보면 웃기긴 했어요.
스토리와 연출 — 기대와 실제 사이
스토리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견이 갈립니다. 주인공 사이먼 헨슨은 페베르스홀룸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19세 소년으로, 교통사고 이후 하반신 마비와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됩니다. 담당 의사 파라는 약물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감정을 소설로 표현해 보라고 권유하죠.
이 설정 자체는 꽤 흥미롭습니다. 게임 내 괴물들이 실은 사이먼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는 아이디어는, 심리적 공포를 게임 플레이와 연결하는 방식에서 Silent Hill 시리즈와 유사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상당히 빠져들었어요.
그런데 Sophie를 만나는 시점에서 스토리 구조가 어느 정도 읽혀버렸습니다. 이후 전개가 예상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서 몰입도가 떨어진 게 아쉬웠어요. 미스터리를 조금 더 오래 유지했다면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증과 자해, 자살 시도를 소재로 삼은 만큼 내용이 꽤 묵직합니다. 실제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룬 게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입니다(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게임이 이 소재를 진지하게 다루려 했다는 건 느껴지지만, 연출이 다소 과잉되어 에지 넘치는 인상을 준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플레이 시 주의해야 할 점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막혔던 부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조명: 어두운 구역에서는 반드시 휴대폰 조명을 먼저 확인하세요. 튜토리얼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저처럼 놓치기 쉽습니다.
- 세이브 포인트: 눈에 잘 안 띄는 경우가 많으니 의식적으로 챙겨야 합니다. 저는 여러 번 그냥 지나쳤습니다.
- 퍼즐: 석상 이동 퍼즐, 순차 문 퍼즐은 힌트가 부족해서 공략 없이는 꽤 막힙니다.
- 무기 관리: 탄약이 항상 부족하므로, 곤봉 같은 근접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ESC 키 주의: 멀티 중 ESC를 누르면 게임 전체가 멈추므로 인벤토리를 닫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
보스 전투에 관해서는 솔직히 너무 쉽다고 느꼈습니다. 각 보스마다 특정 공략 패턴이 있는데, 패턴을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서 긴장감이 크게 유지되지 않았어요. 공포 게임에서 보스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전반적인 긴장감도 같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게임이 딱 그랬습니다.

인디 호러 게임 장르 전반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플레이어 몰입도는 공포 요소의 빈도보다 예측 불가능성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Game Developers Conference). Cry of Fear는 점프스케어 빈도는 높지만 예측 가능성도 높아지는 후반부가 아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포 게임을 찾는다면 Cry of Fear는 충분히 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GoldSrc 엔진 특유의 버그와 불친절한 튜토리얼, 다소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 미리 감안하고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퍼즐보다 분위기와 탐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공략을 옆에 켜 두고 진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