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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ing Light: The Beast 솔직한 평가 (전투, 스토리, 오픈월드)

by 하우비리치 2026. 5. 4.

속편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Dying Light 2를 수십 시간 플레이하면서 1편의 주인공 카일 크레인이 어떻게 됐는지 계속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Dying Light: The Beast가 나왔고, 직접 엔딩까지 달려보고 나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기대와 현실 사이에 꽤 큰 간극이 있었습니다.


전투 시스템, 달라진 건 맞는데

일반적으로 후속작은 전작보다 전투가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게임은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좀비와 일대일로 싸울 때의 히트박스(hitbox)가 눈에 띄게 정교해졌습니다. 히트박스란 캐릭터나 오브젝트가 공격을 판정받는 충돌 범위를 의미하는데, 1편에서는 종종 분명히 맞췄는데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어색함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파쿠르(parkour) 기반의 이동 시스템도 여전히 살아있고, 거기에 야수 변신 메커니즘이 더해지면서 전투 리듬이 꽤 흥미롭게 바뀌었습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 보니 야수 폼으로 전환됐을 때의 타격감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벽을 뚫고 적을 날려버리는 그 쾌감은 솔직히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Dying Light: The Beast
Dying Light: The Beast

 

이번 전투에서 주목할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GSB(유전자 강화 물질) 추출 시스템: 키메라를 처치한 뒤 혈액에서 강화 성분을 뽑아내 크레인의 능력치를 올리는 구조
  • 야수 폼 쿨타임: 변신 상태는 무한 지속이 아니라 쿨타임(cooldown)이 존재해 전략적 타이밍 조절 필요
  • 환경 상호작용: 파이프나 전선 같은 오브젝트가 타격 방향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

다만 전투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대부분의 전투 흐름은 결국 1편과 2편에서 이미 경험한 것의 반복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요소가 기존 구조 위에 덧씌워진 느낌이라서, 10시간쯤 플레이하면 신선함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스토리, 예측을 허락하는 악당의 문제

21년의 세월이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한 도시 하란에 파견되었던 용병 카일 크레인은 처절한 사투 끝에 인류가 백신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를 파견했던 세계 구호 단체 지아리는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려는 시도를 비밀리에 이어갔고, 결국 유출된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설상가상으로 크레인은 또 다른 치료제를 구하러 갔다가 최강의 변이체 볼레틸의 바이러스를 강제로 흡수하게 되면서 밤의 야수로 변해버렸다. 내면의 야수를 잠재우며 지아리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기를 8년, 지친 크레인은 결국 함정에 빠져 남작 마리우스 피셔에게 넘겨졌고 알파 실험체라는 이름 아래 무려 13년간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받게 된다.


2036년, 실험실에서 눈을 뜬 크레인 앞에 나타난 얼굴은 하란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 스파이크였다. 하지만 어설픈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실험은 계속되었다. 얼마 후 무전기에서 올리비아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의 안내를 따라 크레인은 좀비로 가득 찬 실험실을 탈출해 13년 만에 햇빛을 마주한다. 올리비아는 남작이 야생에 풀어놓은 강화 실험체 키메라의 혈액에서 DNA 강화제 GSB를 추출해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된 크레인은 망설임 없이 첫 번째 키메라를 쓰러뜨렸다.


여기서 스토리 측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주적인 남작 마리우스 피셔의 깊이 문제다. 처음 등장할 때 생명공학 대기업을 소유한 신비로운 권력자처럼 보였는데, 내 경험상 이런 첫인상을 주는 악당일수록 나중에 실망감이 더 크더라. 결과적으로 마리우스 피셔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독백을 즐기는 전형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스토리 중반에 어느 NPC가 질문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장면에서 이미 반전을 예상했을 정도였으니, 서사 구조 설계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캐스터 우즈 시내로 들어선 크레인은 생존자들의 피난처인 시청을 발견했지만 위기에 처해 있었다. 좀비 떼와 남작의 부하들, 그리고 실험실에서 탈출한 새로운 실험체 야수가 도시를 위협하고 있었다. 크레인은 좀비들을 처치해 시청을 구해내고 보안관 플로렌스와 손을 잡는다. 이후 텔레파시로 소통해오는 감염자 스벤의 부탁으로 납치된 동료들을 구출하러 공장에 잠입한 크레인은 추방자들의 은신처에서 리디아를 만나게 된다. 리디아는 보안관에 의해 도시에서 쫓겨난 감염자들의 리더로 텔레파시 능력으로 감염체를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였다. 남작의 과학자 카밀로까지 구출하며 새로운 동맹이 형성되었고, 카밀로는 버섯을 이용한 감염 억제법과 텔레파시 강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리디아의 텔레파시를 강화하기 위해 크레인은 볼레틸의 소굴에 잠입해 혈액 샘플 채취에 성공한다. 그 사이 남작은 시청에 총공격을 감행했지만 강화된 텔레파시로 키메라를 조종하기 시작한 리디아와 크레인의 협력으로 시청은 가까스로 지켜졌다. 이후 야수를 생포하는 작전이 시작되었고 붉은 가스로 야수를 유인한 크레인이 리디아가 조종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며 몰아붙인 끝에 생포에 성공한다. 리디아가 야수의 의식을 되돌리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바로 다잉라이트 2편의 주인공 에이든 콜드였다. 에이든은 친구 스파이크와 함께 크레인을 구하러 왔다가 남작에게 붙잡혀 야수가 된 것이었고 스파이크는 아직 남작에게 잡혀 있었다.


이 게임의 스토리 골격은 1편과 2편을 떠올리면 낯선 구석이 거의 없다. 거대 조직이 배후에서 등장하고 크레인이 함정에 빠지고 동료가 배신하는 구조는 1편의 서사 공식과 너무 유사하다. 일부 조력 캐릭터들의 행동 패턴도 2편의 Lawan과 Aiden이 처음 만나는 장면의 긴장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느껴졌다. 테크랜드가 독립 작품으로 전환하면서 스토리를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기존 팬들에게 친숙한 틀을 유지하려 한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남작은 크레인에게 무전을 보내왔다. 에이든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스파이크와 올리비아를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크레인은 팀과 함께 계획을 세웠지만 에이든은 혼자 남작의 성으로 떠나버렸다. 계획이 어긋났지만 성의 설계도에서 중세 성의 비밀 탈출 터널을 발견한 크레인은 단신으로 성에 잠입해 성문을 열고 아군과 합류했다. 성 안으로 진입한 크레인은 마침내 에이든 구출에 성공했지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올리비아가 남작의 편이었던 것이다. 올리비아는 아버지의 목숨을 인질로 잡힌 채 남작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고 남작은 크레인이 탈출한 것도, GSB를 모은 것도, 키메라와 싸운 것도 모두 자신이 설계한 실험이었다고 밝혔다. 크레인은 자신도 모르게 남작의 연구를 완성시켜 준 실험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결정적인 순간 크레인의 편을 선택했다.


분노한 남작은 크레인의 볼레틸 DNA를 자신에게 주입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변이체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크레인과 에이든 두 사람의 분노는 어떤 약물로도 막을 수 없었고 리디아의 좀비 통제까지 더해지자 남작은 결국 쓰러졌다. 남작을 쓰러뜨린 후 그림자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리였다. 남작은 원래 지아리의 사람이었고 지아리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물론 스토리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21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온 카일 크레인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은 분명히 전달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게 문제다. 게임 자체의 재미는 분명하다. 파쿠르에 전투까지, 이만한 좀비 게임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재미가 스토리의 아쉬움을 완전히 덮어주지는 못했다.


오픈월드와 '복원된 땅' 시스템,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오픈월드 게임에서 세계가 살아있다는 느낌, 즉 내가 이 세계의 일부라는 감각은 단순히 맵이 넓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그 공간 안에 얼마나 촘촘한 이야기와 생활감이 담겨 있느냐의 문제다. 그 기준으로 보면 Dying Light: The Beast의 캐스터우즈는 솔직히 많이 아쉬웠다.


처음 '복원된 땅' 시스템 소식을 들었을 때 진짜 기대가 컸다. 내가 직접 초반부터 플레이했는데, 야수 폼으로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일어서는 순간부터 이 세계가 조금씩 살아날 수 있겠다 싶었다. 거점을 하나씩 복원할 때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복원이 완료되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게 다야?" 발코니에서 기타 치는 생존자 몇 명, 두 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장면. 그게 전부였다. 그냥 서서 아무것도 안 하는 생존자들을 보면서 진짜 허탈했다. 복원된 거점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서로 대화하고, 뭔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2편을 먼저 해본 사람이라면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거다. 2편은 두 파벌의 팽팽한 긴장감과 살아있는 도시 생태계 덕분에 내가 이 세계에 발을 딛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했다. NPC들이 제각각 움직이고, 반응하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게 몰입의 핵심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부분을 많이 덜어낸 느낌이었다. 친구랑 co-op으로 엔딩까지 내달리는 내내 이 세계가 살아있다는 감각보다는 배경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더 강했다.


파벌 시스템도 비슷한 맥락에서 아쉬웠다. 세 개의 파벌이 존재하는데 스토리에 실질적으로 엮이는 건 두 개뿐이고, 나머지 하나는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치는 수준이었다. 플레이하는 내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 건지, 뭘 위해 싸우는 건지 궁금했는데 끝까지 답을 못 찾았다. 남작의 병사들과 맞붙는 장면을 몇 번 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유도, 배경도, 맥락도 없이 그냥 싸우고 있었다.


다잉라이트는 내가 오래 좋아해온 시리즈다. 그래서 캐스터우즈가 조금만 더 숨을 불어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테크랜드가 이 시스템을 게임의 중심으로 밀고 나갔다면, 2편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의 본질적 재미, 그리고 냉정한 평가

일반적으로 다잉라이트 시리즈는 파쿠르와 좀비 전투를 결합한 독보적인 장르로 평가받는데, 저도 이 점에는 동의합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이 조합을 이만큼 완성도 있게 구현한 게임은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The Beast도 그 전통을 충실히 이어받았고, 차를 타고 외딴 지역을 달리는 드라이빙 시스템은 1편의 The Following DLC를 떠올리게 하는 반가운 요소였습니다.

 

게임의 루프 디자인(loop design), 즉 플레이어가 반복해서 수행하는 행동 사이클 자체는 여전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키메라 처치 → GSB 추출 → 능력 강화 → 더 강한 적 처치로 이어지는 이 사이클은 꽤 만족스럽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 분야에서 이러한 강화 루프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출처: 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그럼에도 스토리와 월드 빌딩의 아쉬움은 게임 전체의 인상을 깎아먹습니다. 1편이 홈런이었고, 2편이 그 스케일을 확장했다면, 이 작품은 번트 정도의 포지셔닝입니다. 완전히 아웃은 아니지만, 기대한 것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Dying Light: The Beast는 시리즈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전투의 쾌감과 파쿠르의 자유로움은 여전히 살아있고, 카일 크레인의 복귀 자체는 반갑습니다. 다만 스토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 미리 눈높이를 조정하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게임플레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건 팩트이니, 일단 전투와 이동의 재미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확률이 줄어들 것입니다. 스토리와 세계관의 완성도를 원하셨다면, 2편을 다시 한번 꺼내드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FOMaF0Oh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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