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It Takes Two 실제 후기 (스토리, 협동플레이, 고인물)

by 하우비리치 2026. 4. 25.

솔직히 처음엔 협동 게임이라고 들었는데 "이혼 직전 부부가 인형이 된다"는 설정이 좀 황당하게 들렸습니다. 근데 막상 파트너와 함께 플레이하고 나니 왜 이 게임이 그렇게 많은 상을 받았는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It Takes Two는 협동 없이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된 코옵(Co-op)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코옵이란 두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하며 진행하는 멀티플레이 방식을 의미합니다.

딸의 눈물이 만든 마법, 그리고 느슨한 스토리

이 게임의 스토리는 이혼을 결심한 코디와 메이 부부, 그리고 그걸 막고 싶었던 딸 로즈로부터 시작됩니다. 로즈가 부모님을 닮아 만든 인형에 눈물을 흘리자, 두 사람은 갑자기 그 인형 속에 갇혀버립니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려면 다시 로즈의 눈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두 사람은, 딸이 아끼는 인형을 일부러 망가뜨리는 다소 충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스토리 자체가 완벽하게 촘촘하지는 않습니다. 마법 인형이라는 설정이 워낙 자유로운 탓에 모든 장면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나무 위의 거대한 말벌 둥지, 스노우볼 속 스키장, 뻐꾸기 시계 마을처럼 각 챕터의 배경이 워낙 개성이 강해서, 스토리의 허술함보다 시각적 신선함이 훨씬 앞섰기 때문입니다.

 

It Takes Two 민들레를 잡고 내려오는 코디와 메이
It Takes Two 민들레를 잡고 내려오는 코디와 메이

 

내러티브 디자인(Narrative Design) 측면에서 보면, 이 게임은 그 점에서 꽤 영리합니다. 두 사람이 다투다가도 결국 협동하지 않으면 말벌 가루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게임 메커니즘 자체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스토리가 게임플레이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게임플레이가 스토리를 설명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러티브 디자인이란 게임의 이야기가 플레이 방식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물리는지를 평가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협동 플레이의 진짜 의미, 코디와 메이의 비대칭 설계

제가 이 게임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코디와 메이의 능력이 철저하게 비대칭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비대칭 멀티플레이(Asymmetric Multiplayer)란 두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능력이나 역할을 맡아 상호 보완하며 진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한 명이 수액으로 발판을 만들면 다른 한 명이 총으로 새로운 길을 뚫는 식이죠.

 

이러한 역할 설계 덕분에 어느 한쪽이 게임을 주도하는 상황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파트너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서로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통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금 내가 막고 있을게, 네가 저쪽을 부숴줘" 같은 대화가 실시간으로 오가면서, 게임이 아니라 진짜 팀워크 훈련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각 챕터에서 부여받는 능력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의 신선도가 끝까지 유지됩니다. 이 게임은 약 14시간 분량의 플레이 동안 같은 메커니즘을 두 챕터 이상 연속으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점에서 게임 디자인 측면의 완성도는 압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벨 디자인(Level Design)이란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공간과 장애물의 배치를 설계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It Takes Two는 2021년 Game Developers Conference(GDC)에서 게임 디자인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The Game Awards에서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을 수상했습니다(출처: The Game Awards). 협동 게임 하나가 최고의 게임 타이틀을 가져간 건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고인물이 보여주는 글리치 점프의 세계

저와 파트너는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 접근 방식이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게임을 정석대로 클리어하면 12시간 안팎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인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글리치 점프와 숏컷 루트를 조합하면 그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숙련된 두 명이 함께 플레이하면 로딩 시간을 제외한 순수 플레이 시간 기준으로 1시간 40분대 클리어도 가능합니다. 저희도 고인물 플레이를 했고 플레이 타임은 2시간 10분대로 클리어했습니다. 이 정도로 플레이타임을 줄이려면 서로의 역할 분담이 필수입니다.

 

글리치 점프(Glitch Jump)란 게임 개발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생겨난 물리 엔진의 허점을 이용해 본래 갈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기술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달리다가 특정 타이밍에 점프와 스페이스를 동시에 입력하면 일반 점프보다 높이와 거리가 크게 늘어납니다. 이 기술 하나로 퍼즐 구간 전체를 건너뛰는 장면을 직접 봤는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저와 파트너도 그 기술을 연습했고 2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연습을 하며 신기한 건 개발진이 의도하지 않은 루트인데도 맵 곳곳에 관련 구조물이 구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글리치 점프로 올라가면 안 되는 벽 위에 올라갔더니, 그곳에도 멀쩡히 충돌 판정이 있고 이동 경로가 이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게임 개발진의 정밀한 맵 구현 수준이 오히려 이 버그를 가능하게 만든 셈인데, 이게 역설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반증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고인물 플레이어들이 주로 활용하는 핵심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글리치 점프: 달리다가 점프 타이밍에 스페이스를 추가 입력해 거리와 높이를 대폭 늘리는 기술
  • 슈퍼 점프: 뛰다가 앉기를 연속 입력해 수직 이동을 극대화하는 기술
  • 미니게임 트리거 활용: 특정 미니게임을 활성화해 파트너를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시키는 방식
  • 세이브 포인트 역이용: 의도적으로 죽어서 체크포인트를 당겨놓은 뒤 이동하는 루트 단축 기법

오디오와 도전 과제, 그리고 두 명이 필수라는 장벽

사운드트랙은 전반적으로 수준 이상입니다. 특히 메이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클럽 챕터 장면은 게임 내 오케스트라 연주와 디제잉이 실시간으로 어우러지며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몰입감을 줍니다. 저희는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도 그 구간만큼은 잠깐 손을 멈추고 소리를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성우 연기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 게임의 전체적인 톤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It Takes Two 썰매를 타고 있는 코디와 메이
It Takes Two 썰매를 타고 있는 코디와 메이

 

도전 과제(Achievement) 시스템은 대부분 스토리 진행 중 자연스럽게 달성됩니다. 단, 아래 세 가지는 조건을 알고 있지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1. Platforming Prodigy: 헬타워 구간을 특정 조건으로 클리어
  2. Faraway Frequencies: 게임 내 숨겨진 특정 요소를 직접 탐색
  3. Minigame Megalomania: 게임 전체에 흩어진 모든 미니게임을 발견

게임 저널리즘 매체 IGN의 평가에 따르면 It Takes Two는 협동 게임 장르를 통틀어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IGN). 두 명이 필수라는 조건이 진입 장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이 게임의 핵심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는 절대 클리어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경험 자체가 게임의 일부가 됩니다.

 

It Takes Two는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어떤 게임보다 풍부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14시간의 플레이 동안 단 한 번도 "이 메커니즘 또 나왔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임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협동 퍼즐과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파트너를 설득해서라도 함께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황당하게 느껴지는 설정이 마지막엔 꽤 따뜻하게 남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4FZRe1wjUk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하우비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