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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ide 리뷰 (첫인상, 공포연출, 멀티버전)

by 하우비리치 2026. 5. 5.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게 그냥 귀여운 미연시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표지만 보고 덥석 실행했다가 전기톱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2024년 12월에 출시된 MiSide는 연애 시뮬레이션처럼 시작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공포와 추격전이 뒤섞인 호러 어드벤처입니다. 겉모습만 믿고 들어갔다가 꽤 당황한 게임입니다.


첫인상: 미연시인 줄 알았다가 생각이 달라진 순간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은 가볍고 편안한 경험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MiSide도 처음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미타라는 캐릭터를 돌보며 방 청소를 도와주고, 치킨 수프를 끓여주고, 미니게임으로 돈을 벌어 소파를 사다주는 식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1일차에서 5일차 정도까지는 "이게 공포 게임 맞아?"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런데 게임플레이 11일차 즈음, 미타가 오븐을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포어섀도잉(narrative foreshadowing)이라는 연출 기법이 쓰입니다. 내러티브 포어섀도잉이란 이야기 초반에 사소해 보이는 장치를 심어놓고 나중에 그것이 복선이었음을 드러내는 기법으로, 공포 장르에서 긴장감을 서서히 쌓아가는 데 자주 쓰입니다. 오븐 안에 전기톱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제 경험상 이 게임은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뭔가 이상하다"는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방식을 씁니다. 손이 갑자기 싱크대 구멍에서 나온다거나, 거울 속에 무언가가 비친다거나, 조용히 배경이 변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갑자기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jump scare)에 의존하는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점프 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시각적·청각적 자극으로 순간적인 공포 반응을 유도하는 연출 기법인데, MiSide는 이걸 남발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긴장감이 더 오래 지속됩니다.


공포연출: 버전을 넘나드는 구조가 만들어낸 압박감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 이후부터 MiSide는 본격적으로 달라집니다. 착한 미타와 미치광이 미타가 나뉘고, 반지를 이용해 버전과 버전 사이를 이동하는 구조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게임이 활용하는 핵심 개념이 메타픽션(metafiction)입니다. 메타픽션이란 작품 안의 등장인물이 자신이 허구적 존재임을 인식하거나, 플레이어와 게임 세계 사이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서사 방식입니다. 미타가 플레이어를 직접 응시하거나, 게임 코드와 카트리지가 스토리의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메타픽션 구조입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구간은 꼬마 미타가 등장하는 복도 반복 구간이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는 복도가 계속 되풀이되는 루핑 맵(looping map) 구조였는데, 루핑 맵이란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을 반복해서 지나게 설계된 맵 구조로 심리적 폐쇄감을 극대화할 때 씁니다. 탈출구를 못 찾아 방황하던 중에 창문을 부수고 나가야 한다는 힌트를 따랐을 때의 해방감이 꽤 컸습니다. 이런 종류의 막막함은 설명하기보다 직접 겪어야 와닿습니다.

 

미사이드
미사이드

 

MiSide가 다른 공포 인디 게임과 구별되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인칭 어드벤처, 2D 비주얼 노벨, 고전 픽셀 등 여러 장르가 하나의 게임 안에서 전환됩니다.
  • 미치광이 미타, 착한 미타, 꼬마 미타, 2D 미타, 밀라 등 버전마다 다른 미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공포 연출이 BGM과 환경 변화에 크게 의존하며, 과도한 고어 표현보다 분위기 압박에 집중합니다.
  • 선택지에 따라 결말이 갈리는 멀티 엔딩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공포 연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게임 연구자들은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내러티브(interactive narrative) 형식이 수동적 관람보다 공포 몰입감을 훨씬 높인다고 봅니다(출처: DiGRA 디지털게임연구협회). 제가 직접 해보면서도 이 점을 실감했습니다. 영상으로 볼 때와 직접 조작할 때의 긴장감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멀티버전 구조: 기대 대비 실제 경험의 온도차

버전을 넘나드는 구조는 분명히 잘 설계된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런 멀티버전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플레이타임은 약 3~4시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점에서 기대와 실제 사이에 약간의 온도차를 느꼈습니다.

 

각 버전의 미타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속도가 꽤 빠릅니다. 밀라라는 캐릭터는 등장 직후 미치광이 미타에게 살해당하고, 기억을 잃은 미타도 비교적 짧게 소비됩니다. 캐릭터마다 충분한 서사가 쌓이기 전에 다음 버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각 버전에 조금 더 머물렀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인 결말은 비극으로 끝나는 구조인데, 미치광이 미타가 실패작 미타였기 때문에 리셋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반전은 꽤 좋았지만, 그 이후 마무리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반면 머문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 열리는 평화 엔딩 쪽이 오히려 더 여운이 남았습니다. 현재 평화 모드가 추가 개발 중이라고 하니, 완성된 이후에 다시 플레이하면 더 좋은 경험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카트리지화라는 소재를 활용한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카트리지화란 플레이어가 게임 데이터로 변환되어 게임 세계에 영구적으로 갇히는 설정으로, 이 게임의 핵심 공포 소재이기도 합니다. 인디 호러 장르에서 이처럼 메타적 소재를 잘 활용한 사례로 평가받는 게임들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스팀에서 MiSide는 출시 이후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출처: Steam 스팀 게임 플랫폼).

 

MiSide는 "미연시처럼 생겼지만 공포 게임"이라는 첫인상의 반전 자체가 이 게임이 가진 가장 큰 무기입니다. 짧은 플레이타임 안에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서서히 쌓이는 심리적 압박을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엔딩이 조금 늘어진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무 정보 없이 시작할수록 더 빛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공포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분도 진입 장벽이 높지 않으니, 한 번쯤 플레이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XnAUg3IH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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