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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est Rising 플레이 (스토리, 게임플레이, 멀티플레이)

by 하우비리치 2026. 5. 6.

고전 RTS 장르가 사실상 멸종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Tempest Rising을 켜는 순간 그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RTS 특유의 로비 화면, 메인 테마, 기지 건설부터 시작하는 그 구조. 반갑다는 감정이 먼저 나왔습니다.


스토리: 진부하지만 설정만큼은 탄탄하다

Tempest Rising의 배경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협상 실패로 끝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대체 역사입니다. 핵전쟁이 남긴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붉은 식물 "Tempest"가 자라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인류의 새로운 핵심 자원이 됩니다. 이 자원을 두고 서방 군사 연합체 GDF(지구방위군)와 구소련·아시아 생존자들이 결성한 Tempest 연방이 충돌하는 것이 기본 구도입니다.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캐릭터와 대사가 클리셰 범벅이라 몰입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도 솔직히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컷씬을 보면서 "이 캐릭터는 결국 배신하겠구나"가 미리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세계관 설정 자체는 탄탄합니다. Tempest의 기원이 단순한 방사능 부산물이 아니라 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외계 종족 Veti가 심어둔 에너지원이라는 반전, 그리고 이 모든 전쟁 뒤에 호손 결사라는 비밀 조직이 암약하고 있다는 구조는 꽤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컷씬 연출은 고전 FMV(Full Motion Video) 방식의 영상 연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입니다. FMV란 실제 배우나 CG 영상을 게임 내 시퀀스로 삽입하는 방식으로,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가 이 방식으로 유명했습니다. Tempest Rising은 그 감성을 고화질 CG로 옮겨놨는데,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는 낮아도 이 연출 방식이 주는 향수만큼은 살아있습니다.


게임플레이: 두 진영의 차이가 핵심이다

게임의 뼈대는 전형적인 클래식 RTS입니다. 기지 건설, 자원 수집, 병력 생산, 적 섬멸로 이어지는 루프는 커맨드 앤 컨커나 제너럴스를 플레이해 본 분들에게 즉시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저도 처음 화면을 드래그해서 유닛을 선택하는 순간, "아, 이 느낌이었지"가 바로 나왔습니다.

 

두 진영의 플레이 스타일은 상당히 다릅니다. GDF는 보병과 기갑 유닛을 조합하는 직관적인 운영에 정제소를 통한 안정적인 자원 채취가 특징입니다. 반면 Tempest 연방은 굴착기 드론을 배치해 자원을 수집하고, 본부 능력을 관리하는 별도의 메커니즘이 추가됩니다. 여기서 본부 능력 관리란 본거지에서 발동 가능한 특수 스킬 자원을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소규모 유닛 단위의 세밀한 조작)가 더 요구됩니다. 저는 연방을 처음 플레이할 때 자원 흐름을 완전히 잘못 잡아서 초반에 자원이 바닥났습니다. GDF로 배운 감각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두 진영을 직접 써보면서 체감한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GDF: 정제소 기반 자원 수집, 병력 물량 중심, 초보자 친화적 운영
  • Tempest 연방: 굴착기 드론 배치형 자원 수집, 소수 정예 + 특수 능력 조합,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비중 높음
  • 공통: 교리 포인트를 통한 업그레이드 트리, 진급 시스템을 통한 유닛 강화

교리 포인트란 캠페인이나 스커미시에서 축적되는 포인트를 특정 기술 트리에 투자해 유닛 성능이나 특수 능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단순히 업그레이드를 사는 개념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군대를 키울지 미리 설계하는 느낌을 줘서 전략 깊이를 한층 올려줍니다.

 

RTS 장르 연구 분야에서 게임 장르별 인지 부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실시간 전략 게임은 멀티태스킹 능력과 공간 인지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장르로, 다른 장르 대비 초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DiGRA (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 Tempest Rising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AI 어려움 난이도를 처음 돌렸을 때 병력이 이유 없이 적 사거리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서 녹아버리는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길 찾기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감안하고 수동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멀티플레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가 여기 있다

솔직히 캠페인만 보고 판단하면 이 게임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캠페인은 반복 구조가 너무 빨리 보이고, 소수 유닛 시작 → 방어 → 기지 확장 → 방어의 패턴이 미션마다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제가 직접 GDF와 연방 캠페인을 모두 플레이해 봤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가이드보다 먼저 알게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Tempest Rising
Tempest Rising

 

반면 멀티플레이와 스커미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유저와 대전을 시작하면 AI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빌드 오더가 나옵니다. 빌드 오더(Build Order)란 게임 초반에 어떤 건물을 어떤 순서로 짓고 어떤 유닛을 먼저 생산할지 정해둔 생산 순서 계획입니다. AI는 물량으로 밀어붙이지만 사람 상대는 견제 타이밍이 다르고, 어떤 유닛 조합으로 오는지 예측이 안 됩니다. 저는 첫 랭킹전에서 상대방이 어디서 멀티(추가 자원 기지)를 먹고 있는지 파악도 못 한 채로 병력 싸움에만 집중하다가 자원에서 뒤처져 뒤늦게 따라잡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Steam 기준 동시 접속자 수는 보통 수백에서 천 명 내외 수준으로 많지 않습니다. RTS 장르 자체의 인기 감소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된 수치입니다. 실제로 스팀 플랫폼의 장르별 동시 접속자 통계에서도 RTS 장르는 FPS, 배틀로얄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Steam Charts). 하지만 매칭은 됩니다. 실력 차이가 크면 10분 안에 기지가 밀릴 수 있지만, 비슷한 상대를 만나면 후반 대규모 전투까지 가는 박빙의 경기도 충분히 나옵니다. 제가 처음 사람 상대로 이겼을 때의 그 감각은 AI 상대로 어려움을 깼을 때보다 확실히 달랐습니다.

 

Tempest Rising은 고전 RTS를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는 강하게 추천할 수 있고, 장르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토리에 기대를 크게 거는 것보다, 멀티플레이에서 조금씩 운영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이 게임의 진짜 재미를 찾는 것이 맞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커맨드 앤 컨커나 제너럴스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일단 켜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NlVQp3Lp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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