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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ymesia 티메시아 역병 세계관 (세계관, 전투, 완성도)

by 하우비리치 2026. 5. 12.

솔직히 처음 실행했을 때 "또 다크소울 아류작이구나" 하고 크게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데모 버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Thymesia, 중세 역병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이 인디 소울라이크 게임은 규모는 작지만 하고 싶은 말이 꽤 분명한 작품이었습니다.


중세 역병 세계관, 생각보다 꽤 촘촘합니다

Thymesia의 배경은 거대한 나무 위에 세워진 헤르메스 왕국입니다. 대륙 전체를 집어삼킨 역병 앞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왕국은 연금술(Alchemy)이라는 기술 덕분에 버텼습니다. 연금술이란 쉽게 말해 역병의 독성을 정화하거나 오히려 전투 능력으로 전환하는 고도의 의술이자 전투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연금술이 결코 깔끔한 구원이 아니었다는 게 이 게임 세계관의 핵심입니다. 왕가에서만 추출할 수 있는 순열(純血, Pure Blood)의 양이 한계에 부딪히자 오염된 피, 즉 악혈(惡血)을 정화해 대체 물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괴물로 변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변이란 단순한 감염의 심화가 아니라 인체 구조 자체가 뒤틀리는 수준의 신체 변형을 의미합니다.

 

주인공 코르버스(Corvus)는 기억을 잃은 채로 이 폐허 위에서 깨어납니다. 까마귀를 뜻하는 그의 이름 자체가 상징적인데, 까마귀는 중세 유럽에서 전염병을 퍼트리는 불길한 새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배경 설정인 줄 알았는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이름이 꽤 의도적으로 붙여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세계관을 탐색하며 조각조각 이어붙이는 방식이라서, 처음엔 맥락 없이 진행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초반 30분은 "이 왕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고 멍하게 따라가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커스 공연장 지역에서 문서들을 모으면서부터 세계관의 윤곽이 선명하게 잡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다음 기억 조각이 진짜로 궁금해졌습니다.


패리 시스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지옥입니다

이 게임의 전투 핵심은 패리(Parry)입니다. 패리란 적의 공격 직전에 방어 입력을 통해 공격을 튕겨내고 반격 기회를 만드는 시스템으로, 타이밍 게임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타이밍 윈도우(Timing Window), 즉 패리가 허용되는 입력 허용 구간이 굉장히 좁다는 겁니다.

 

제가 데모를 처음 실행하고 패리를 익히는 데만 꽤 긴 시간을 썼습니다. LB 버튼을 누르면 튕겨내기가 된다는 건 알겠는데, 몇 번 시도하다 보면 타이밍이 너무 빡빡해서 그냥 회피로만 살아남게 됩니다. 패리 성공 시 딱 하는 금속음과 함께 화면 반응이 오는데, 그 피드백이 명확해서 "아, 이게 됐구나" 하는 순간은 확실히 짜릿했습니다.

Thymesia
Thymesia

 

전투에는 패리 외에도 발톱 공격(Claw Attack)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발톱 공격이란 적에게 상처(Wound) 상태를 입혀 체력 회복을 막고, 이어서 후속 타격으로 상처 피해를 폭발적으로 끌어내는 고위험-고수익형 공격 방식입니다. 초록색으로 변한 적의 체력 바가 바로 상처 상태의 시각적 표현인데, 이게 보이면 발톱을 꽂아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처음엔 이 시스템을 몰라서 그냥 평타만 치고 있다가 한참 후에 깨달았습니다.

 

적이 녹색 빛을 내면서 치명타 공격을 준비할 때는 패리가 불가능하고, 이때는 깃털 투척(Feather Throw)으로 공격을 끊어야 합니다. 깃털 투척이란 원거리 투사체를 날려 적의 치명타 모션을 중단시키는 인터럽트 기술입니다. 이 세 가지 패리, 발톱 공격, 깃털 투척의 순환 구조를 파악하는 게 Thymesia 전투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인디 소울라이크의 한계, 어디까지 봐줄 수 있는가

솔직히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직접 해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카메라 회전이었습니다. 급격히 방향을 틀 때 카메라가 확 돌아가버려서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습니다. 여러 적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상황에서 공간도 좁은데 카메라까지 버벅이면, 실력의 문제인지 게임의 문제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모닥불 간 이동 기능이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웨이포인트(Waypoint), 즉 특정 거점 간 즉시 이동 기능은 이제 사실상 기본값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보스를 반복적으로 도전해야 할 때마다 구역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통과해야 한다는 건 피로도를 불필요하게 높입니다.

 

제가 정리한 데모 기준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카메라 회전이 급격해 좁은 공간 전투에서 시야 확보가 어렵습니다.
  • 웨이포인트(모닥불 간 이동) 기능 부재로 보스 파밍 시 동선이 비효율적입니다.
  • 다수 전투 시 플레이 공간이 너무 좁아 포지셔닝 유지가 힘듭니다.
  • 활(원거리 무기)의 사거리 판정이 애매해 실용성이 떨어집니다.
  • PC 환경에서 간헐적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게임을 "월마트판 블러드본"이라고 부르는 건 정말 부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자기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인디 게임 시장 규모를 보면, Steam에서 소울라이크 장르의 인디 타이틀은 2022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출시 편수가 약 40% 증가했습니다(출처: Steam DB). 그 경쟁 속에서 Thymesia가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지점입니다.


데모로 가늠하는 완성도, 기대치를 어디에 맞춰야 할까

데모 기준으로 봤을 때 Thymesia의 완성도 지표(Completeness Index), 즉 핵심 시스템이 얼마나 실제 플레이에서 의도대로 작동하는지의 완결성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전투 시스템은 거칠지만 분명히 설계 의도가 느껴졌고, 세계관은 단편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조각을 모아야 완성되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다만 보스전 엔딩 처리에서 컷씬(Cutscene) 없이 바로 화면이 전환되는 부분은 좀 허탈했습니다. 컷씬이란 게임 진행 중 등장하는 영상 연출 장면으로, 스토리의 감정적 여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데모니까 생략됐을 수도 있지만, 이후 정식 출시에서도 멀티 엔딩 구조를 가진 게임인 만큼 진 엔딩에는 반드시 컷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느끼기에 이 게임의 적정 기대치는 "블러드본의 대체재"가 아니라 "블러드본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사이에 즐길 수 있는 다른 결의 게임"입니다. 인디 게임의 특성상 예산과 인력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선택했는가를 보면 개발 방향이 꽤 진지합니다. 소울라이크 장르 전반에 걸친 플레이어 성향 분석에 따르면, 장르 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전투 피드백의 정밀성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Game Developer Conference 자료 아카이브). Thymesia는 적어도 그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정식 버전이 나오면 한 번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데모에서 만난 보스들의 패턴을 읽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었고, 코르버스의 기억이 사실 어떻게 완성되는지 궁금증이 남아 있어서입니다. 소규모 스튜디오의 작업이라는 걸 감안하고 들어가신다면, 그 이상의 경험을 줄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입니다. 지금 데모 버전을 먼저 체험해보시고 감이 맞는다 싶으면 정식 출시를 기다려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63ndBYE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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